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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Apr 14. 2021

혼자 보지 말아요, 같이 봐요

꽃사과나무

 산책로에 봄꽃 주인공은 이제 막 피어난 꽃사과나무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산책로를 걷다가 눈이 부시게 핀 꽃사과 나무는 더 필 꽃 없을 만큼 만개한 상태였다. 나무는 키가 꾀나 컸지만 운 좋게 손에 닿는 가지들이 있었다.


 한껏 치장을 하려고 스카프를 걸친 듯 늘어진 꽃가지를 맘껏 볼 수 있었다. 잠시 동안  가지를 살짝 만지며 사진을 찍었다.


너무도 탐스러워 보이는 꽃가지를  혼자 다  가진 듯 기분이 들떴다.


  좋은 날처럼 꽃사과나무를 만나던 날 아이들 학교에는 바이러스가 지나갔다. 아무리 피하며 꽁꽁 숨어 다녀도 이 팬데믹 소동은 잊을 만하면 근처에서 일어난다. 학교 전체 진단검사는 면했지만 아이들은 원격수업으로 전환이 되었다. 그렇게 어수선한 일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며칠 만에 아이들은 다시 학교로 갔고, 산책길에 만났던 꽃사과 나무 안부도 궁금했다.  달콤한 사탕을 물듯이 시 꽃을 보며 며칠 동안의 긴장을 풀고 싶었다.

 다시 찾은 책로 꽃사과무의 꽃들은 여전히 싱그럽지만 어딘지 모르게 달라져 있었다.


늘어진 가지들을 모두 잘렸다

  손에 닿았던 늘어진 가지들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살펴보니 가지들 아무렇게나 잘려 있었다. 이럴 땐 CCTV라도 돌려서 범인을 찾아내고 싶다. 잘린 가지가 세어보니 4개는 넘어 보인다. 탐스럽던  손에 잡혀간 걸까?


  몇 해 전  어떤 남자에게 당한 장미꽃 떠올랐다. 늦여름에 핀 장미덩굴이 사람들 시선을 끌고 있었다. 꽃다발처럼 뭉쳐 가지들이 바람에 까딱거리며 손짓하듯 했다. 연기를  뿜으며 담배를 물고 있던 남자가 신경 쓰여 천천히 가고 있었는데, 그 나쁜 손 꽃다발처럼  장미 가지를  한 손으로 꺾고 있었다. 생각처럼 잘리지 않았는지 이리저리 돌려도 잘리지 않자, 힘으로 잡아당겼다. 하지만 장미도 지지 않고 버텼다. 다시 가지를 게 비틀더니 가시에 찔린 듯 인상을 쓰며 손가락을 확인했다.

  결국 그 피던 담배꽁초를 장미덩굴 어디쯤 개치더니 장미포기하고 떠났다. 장미는 가지가 꺾인 채 한동안  피어있었던 기억이 난다.

 

 꺾인 장미를 버려두고 간걸 보니, 꽃을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었을 텐데 장미를 누구에게 주고 싶었을까? 혹시라도 주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면 그 자리로 데리고 나와 함께 향기를 맡았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난 궁금하다. 꽃핀 가지를 그렇게  뚝뚝 잘라가는 이유 말이다. 혼자만 보고 싶은 심리엔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착각도 포함되는 듯하다. 설령 사람들 관심이 없더라도 나비나 벌처럼 곤충들은 금세 알아볼 것이다. 


  늘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순식간에 거절당하고, 나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러고 보 꽃가지를 꺾으려다 죽은 가가 있었다. 이디스 홀든이란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녀는 평소에 산책을 하며 자연 관찰을 했는데,  템즈강변에 밤나무 꽃봉오리를 꺾으려다 강물에 빠졌다. 건져 올린 그녀의 손에는 밤나무 가지가 들려 있었다고 한다. 사후에 그녀가 남긴 그림과 글은 <이디스 홀든의 수채화 자연일기>로 출간이 되었다. 안타깝지만 림을 그리는 그녀에겐 꽃가지를 꺾는 일이 꼭 필요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녀가 세상을 떠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 죽음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아하는 그림책 작가 있는데, 아내 사라 스튜어트가 글을 쓰고 남편인 데이비드 스몰이 그림을 그린다. 그들의 책 아이들보다 내가 더 좋아한다. 특히 재미있는 나무 이야기가 있는데,  <돈이 열리는 나무>라는 부부의 첫 번째 책인데 요약하자면 이다. 시골에 사는 맥 아줌마의  정원에 어느 날 지폐가 잎으로 나는 나무가 생겼다. 무성하게 자라 보기만 했던 그녀는 동네 아이들에게 선물처럼  잎 몇 장을 따서 주었다.


 잎이 지폐 걸 알게 된 사람들 모여들고, 여기저기 몰려온 사람들은 매일같이 잎을 따고 쓸어 담아 갖고 다. 그녀는 그냥 바라만 다. 어느덧 추겨울이 찾아왔다. 나무에는 더 이상 잎이 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아쉬운 듯  눈  쓸 잎을 찾았지만 더는 남아 있지 않았. 리고 그녀는 앙상하게 남은 나무를  잘라 땔감으로 태운다.

  

 어쩌면 꽃사과나무는 돈이 열리는 나무가 아니어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혹시 모르니 내일은 돈이 열리는지 가봐야겠다. ^^; 그리고 꽃가지를 또 잘라가는 도둑이 못 오게 보초라도 서야겠다. 하지만 꽃의 시간도 끝을 향해가고 있다. , 꽃이 진 자리에 작은 사과가 열릴 텐데, 꽃처럼 열매도 누군가가 손댈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무는 아무 일 없는 듯 가지마다 새로운 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면 그 자리로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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