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환자복
질병도 뒤흔들면 더 깊어진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서 멀리 떠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우리 자신을 격리시켜서 다시 찾아야 한다.
- 몽테뉴
내 병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쉽게 지치고 피곤한 몸 때문에 자꾸 다른 사람이 이해하고 보살펴 주기를 바라는 내가 어린애 같아 창피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괜히 아이들에게 짜증 내는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활기찬 엄마가 되어 주지 못해 미안하고, 나중에 가족들에게 짐만 될 것 같은 내 존재가 너무 부담스럽다. 그러다 누구를 향해야 할지 모르는 분노가 나를 삼켜 버린다.
그런 나 이 모든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책 < 어른으로 산다는 것> 김혜남
피로함과 몸의 부기는 한 세트로 찾아왔다.
그리고 하나 더 우울감이 보너스처럼 따라붙는다.
2011년 1월 새해가 밝았다.
의사는 내게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다시 그 의사를 보고 싶지 않았다. 3개월 뒤면 출산을 마친 첫 번째 의사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간호사는 두 번째 선생인 그녀에게 진료를 받을지 물어봤다.
그리고 3개월 뒤 다시 만난 의사는 다른 병원으로 간다는 말을 했다.
그래도 방금 만난 의사를 보고 싶지 않아서 새로운 의사에게 예약했다. 사실 다른 의사를 만나 다른 진단이 나오길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나만 좀 느리게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나만 빼고는 변하고 있다.
아프다는 건 우울한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인가?
내 옆에서 누군가 나를 재촉하고 있지만,
마음도 몸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무엇에 몰두해야 한단 말인가?
아프다는 것은 나를 사랑해야 하는 것...
온전히 나만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망설이고 있다.
나는 내 속에서 굴러다닌다. 내 속에 있는 진실이 무엇이건, 이 진실을 추려 내는 능력과 내 신념을 쉽 자리 굽히지 않는 이 자유의사를 나는 주로 내게서 얻었다... 그것은 자연스럽고 그리고 완전히 내 것이다.
'기운 없음'이란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증상은 사라졌지만 '무기력함'은 이미 머릿속까지 전이되어 버렸다.
늘 나아지는 기분을 바라고 살았던 것 같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평소에 진정한 휴식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찾아온 손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