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사진을 찍다 보면 완벽한 대칭을 하고 흠결 없는 꽃잎을 가진 꽃 보다 시선을 끄는 건 그렇지 않은 것들이다.
영양이 부족해서 꽃잎 크기가 일정하지 않거나, 색이 연하고, 얼룩이 생긴 모양을 했다. 특이해 보여 더 살피게 되는데, 오히려 결핍된 환경에서 핀 꽃송이가 독보적인 아름다움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건 아마도 프로이트가 말한 대로 애도의 과정을 다 거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꽃은 죽음과 탄생을 너무도 잘 알고 있을 테니...
길가에서 만난 상처가 있는 꽃이 더 사랑스럽다.
흰 테두리가 선명한 제비꽃은 작년 같은 자리에 필 때는 꽃잎 전체가 선명한 보랏빛이었다. 새로 핀 꽃이기 때문이다.
개나리 담장에서 발견한 특이한 꽃도 원래 겹꽃이 아닌 개나리 덤불에서 홀로 그렇게 피었다. 매년 또 겹꽃을 볼 수 있을까 싶지만 다시는 보지 못했다.같은 자리에 같은 가지에서 피어났다고 해도 같은 꽃은 아니다. 하루하루 같은 날 같아도 새날이듯 말이다.
겨울은 죽음을 떠올리게 하듯 모든 것을 내려놓게 만든다.
반복하듯 겨울은 나를 고립시키지만 덕분에 소중한 것을 발견하곤 한다.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여름 열기도 사그라들고 단단하게 달린 무화과는 흐물거리며 녹아내린다.
과거는지워지지 않고 사진처럼 기억나게 했다. 낡은 사진을 버리고 수집된 꽃사진으로 바꿔 끼우는 일은 똑같은 상처를 반복해서 치유하는 일이었다.
겨울은 더 어둡고 차갑게 나를 고립시키며 쓰게 했다. 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말이다.
다 지우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새로, 시작, 이런 말로 글을 쓰고 나면 좋아질 것 같기도 했다.
과거는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상실감을 느끼고 애도가 반복되지만 그 상태를 반복하는 일이 지루하다. 점점 시간은 나에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알려주지만, 제자리걸음을 하듯 늘 같은 곳을 서성거렸다. 고집을 부리는 나를 알아채는 순간 모든 걸 리셋해서 지우고 싶어졌다.
태양이 매일 아침 비추는 대도 나는 믿지 않았다. 내 운명을 절대 바꿀 수 없다고 흉터처럼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