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친구나 아는 사람 중에 같은 이름은 없는지 떠올리게 해서 더 친근하다.
보통은 붉은색꽃이 피지만, 살구색이나 흰색 꽃도 볼 수 있다. 꽃이 지고 나면 살구 만한 열매가 자라는데, 단단히 얽힌 가지들 틈으로 열매의 개수를 세는 일은 놓칠 수 없는 재미다.
동글동글 작은 꽃봉오리를 이리저리 살피고 다녔지만 꽃을 찾지 못했다. 동네에 있는 나무들을 둘러보느라 한참을 걸었지만 어디도 없었다.
산책로엔 꽃다지, 꽃마리, 종지나물, 제비꽃, 별꽃, 봄까치꽃, 뱀딸기꽃, 민들레까지 오늘 만난 야생초들이 제법 되었다. 또 건조주의보 안내 문자가 왔다. 누구도 물을 주지 않지만, 바짝 마른땅 위로 야생화들이 반짝인다. 비가 좀 와주면 좋으련만, 다행히도 새벽에 봄비 예보가 있다.
기다림을 푹 적실만큼 봄비가 와주면 좋겠다. 별일이 없다면 내일 명자나무는 꽃을 피울 것이다.
심술 많은 나만 툴툴 대고 있어나보다. 자연은 온갖 것이 하나다. 성공과 실패가 따로 없고 주어진 환경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때가 되면 명자나무의 붉은 꽃은 한꺼번에 풍경을 바꾸어 놓을 테니 말이다. 더 나은 곳으로 가고 싶어서 느리고 능숙하지 못한 나를 숨기고 싶었다. 명자나무 꽃 봉오리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