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Pyhä-Luosto 국립공원 가는 길
친구들과 차를 빌려 당일치기 여행을 가기로 한 날. 핀란드의 자연을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을 생각하다 우리가 지내는 곳에서 별로 멀지 않은 Pyhä-Luosto 국립공원(Pyhä-Luosto National Park)을 가보기로 했다. 이른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옷을 챙겨 입고 전날 밤에 미리 싸 둔 6인분의 샌드위치까지 각자의 가방에 챙겨 넣으면 준비 끝! 놀이공원도 아니고 등산 가는 길이 이렇게 기대될 줄은 몰랐지만 부푼 마음을 안고 렌트한 차에 몸을 실었다. 국립공원까지는 차로 약 2시간. 서로가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들으며 창밖으로 펼쳐지는 핀란드의 풍경을 보고 있으니 심심할 틈 없이 시간은 흘러갔다.
도로 양 옆을 감싸고 있는 수많은 나무를 뒤로하고 달려가던 중 운전하는 친구의 당황스러운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은 앞쪽으로 향했다. 동시에 우리는 난생처음 보는 광경을 마주했다. 목적지를 향해 신나게 달리고 있는 우리 앞에 순록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중앙선 위에서 아스팔트 바닥을 혀로 핥고 있는 순록을 보고 있으니 핀란드에서는 극심한 차 막힘은 없지만 예상치 못한 '순록 막힘'이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소심하게 클랙션도 울려보고 창문을 내려 말도 걸어보지만 동요하지 않는 순록들. 어쩔 수 없이 조금 기다리면서 이 황당한 상황을 나름 즐기고 나니 순록들은 마침내 우리가 길을 지나가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도로 위의 왕, 순록과의 만남 뒤 무사히 목적지로 도착한 우리는 국립공원 안내센터를 둘러보며 어떤 코스로 걸어볼 것인지 고민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고려한 가벼운 코스로 시작하기로 하고 한 걸음씩 발을 내디뎠다. 걸음을 옮기며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의 변화가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소소하지만 엄청난 순간에 시선을 두고 있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에 뿌리내린 나무들이 오랜 세월이 흘러도 지금처럼 계절에 반응하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괜히 나무를 향해 일방적인 응원의 눈빛을 보내본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이곳에 와보리라는 마음을 품으며 핀란드에서의 첫 국립공원을 뒤로하고 길을 내려간다. 안녕! 다음에 또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