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숲에는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오두막이 있다. 숲 속에 모두를 위한 오두막이라니! 불을 피울 수 있는 공간을 가운데 두고 나무의자가 빙 둘러져있는 오두막의 근처에는 장작을 가득 모아둔 든든한 곳간이 있다. 덕분에 이곳이 그냥 내팽개쳐져 있는 공공장소가 아니라 누군가 계속 신경 쓰고 있는,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핀란드의 자연 속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숲에서 뭔가를 먹는 시간이다. 콧 속이 시릴 정도로 깨끗한 공기를 품고 있는 이 숲에서 힐링 시간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세 가지 정도. 맛있는 음식, 좋아하는 음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음식은 특별한 것 없이 마트에서 파는 소시지만 있어도 좋다. 숲에서 굴러다니는 나뭇가지를 찾아 칼로 끝을 깨끗하게 정리한 다음, 소시지를 꽃아 모닥불 근처에 두면 끝! 조금 기다리다 보면 노릇하게 잘 구워진 소세지가 완성된다. 이 시간에는 누구 한 명이 총대를 멘 채로 이것저것 준비하고 "자 이제 완성입니다~오세요~!"라고 말할 것 없이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눈을 마주하며 식사시간을 기다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게 하늘을 천장 삼아 한참을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다 보면 무언가를 크게(또는 과하게) 소비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확실하고도 오래가는 행복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 소소하지만 꽤 맛 좋은 음식들 그리고 늘 그 자리에 있지만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는 자연이 이 행복의 요소들이다.
내가 앉았던 자리를 정리하고(음료를 마신 캔은 다음번 공병 수거를 위해 꼭 챙겨간다) 모닥불까지 안전하게 잘 끄고 나면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길 차례다. 여름이라면 아직 지지 않은 백야를 뒤로하고, 겨울이라면 일찍 어두워진 눈 쌓인 길을 걸어내려 가는 그 걸음 속에서 핀란드의 자연을 깊이 마음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