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 했어요? (27)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철없는박영감'입니다. 명절 잘 보내셨나요? 가을장마가 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무더워졌다가, 며칠 전부터 겨우 서늘해지기 시작했죠? 남쪽에는 기습 폭우로 물난리도 난 것 같던데... 부모님도 이렇게 더운 추석은 난생처음이라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각각 80년, 70년을 넘게 살아오셨는데 이런 날씨는 처음이라고 하시니... 또다시 기상이변에 대한 걱정, 미래세대에 대한 미안함이 앞서는 명절이 되었습니다.
지난 설에 조카가 저에게 무척 실망하고 돌아갔던 일이 있었는데요. 숨어있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서프라이즈를 해 줄 요량이었나 본데... 엉성하게 숨어있다가 저한테 바로 들키고,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너 거기서 뭐 하냐?'라고 했다가, 계획대로 안 돼서 크게 실망한 나머지 대성통곡으로 첫인사를 대신했던 사건이 있었는데요. 조카를 달래주며 다음에 큰아빠 집에 올 때는 잘 숨어서 실수를 만회하자고 약속하고 돌아갔거든요.
그리고 어버이날이 돌아왔습니다. 그때는 제가 까먹고 있었습니다. 조카가 안 보이길래 동생에게 물었더니 모른다고 하는 겁니다. 제수씨가 갑자기 병원에 가야 돼서 동생하고 애들만 왔었거든요. 그래서 그랬는지... 하여튼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지레짐작으로 '엄마를 혼자 둘 수 없어서...? 아니면 그냥 오기 싫어서...? 집에 남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문 닫고 들어와 버리려고 하는데...!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조카나 나타났습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너무 완벽하게 숨어서 온지도 모를 정도였다고 해두죠... 크크크 어쨌든 이번엔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아! 아니죠 뭐가 안 든 건지는 다 알고 있는 거죠... 이번엔 있는 투정 없는 투정을 다 부리는 겁니다. 아이들 특유의 마음에 안 듦을 표현하려고 하는 '으~응! 으~응!' 하며 입 삐쭉 내밀고 몸을 흔드는 귀여우면서 귀찮은 포즈 있잖아요? 뭐 어쨌든 다 제 잘못이죠.
그렇게 두 번 대실패를 하고, 이제는 기대를 안 하게 된 걸까요? 저는 나름대로 지난 실수를 만회해 보겠다고 어떻게 하면 제대로 깜짝 놀라줄까... 연기 연습도 해보고, 열심히 짱구를 굴렸거든요... 드디어 초인종이 울리고, 문을 열었는데... 아 글쎄 이 녀석이 의젓하게 큰소리로 '안녕하세요?'하고 들어오는 겁니다. 혼자서 김샜죠 뭐...! 그래도 의젓한 모습에 많이 컸구나라고 실감이 나니 그것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아~ 기다려주지 않는 것은 부모님 뿐만이 아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