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10년 키웠어요 열네 번째 이야기
어린 시절 죽어라 책 읽기를 싫어했었다. 딱히 그럴만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책이 싫었다. 책을 열면 몇 장을 못 넘기고 덮기 일쑤였다. 소위 진도가 잘 안 나가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어릴 때 책을 읽지 않은 것이 내 인생에 크게 악영향을 끼쳤다거나 학업능력의 저하로 이어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학창 시절엔 국어 성적이 좋은 편이었다. 아니 겸손을 빼고 얘기하자면 인생에 몇 안 되는 자랑거리 중 하나가 수능 시험에서 언어영역을 만점 받았다는 것일 정도로 국어는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이었다. 고3 수험생 시절 공부하다 지치면 국어 지문을 읽으면서 머리를 식히곤 했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독서와 국어 실력과의 상관관계를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문득 궁금해 곰곰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책도 안 읽었는데 난 왜 국어를 잘했던 걸까? 그러고 보니 책이 아닌 다른 읽을거리가 있었다. 바로 신문이었다. 지금은 보기 드문 풍경이지만 예전에는 집집마다 종이 신문을 보곤 했었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세상 소식을 알려주는 주요 창구였던 신문. 매일 아침 대문 앞에는 배달된 신문이 놓여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가 보시고 난 신문을 가져다가 읽었다. 신문 읽기의 장점은 읽기 능력뿐만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주고 다방면에 지식들을 쌓게 해주는 것이다. 신문을 통해서 독해력, 창의력, 상식 등을 익혔던 것 같다.
오래전부터 내 아이에게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신문을 읽히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기에 어린이 신문을 구독하게 되었다. 너무 어릴 때는 좀 버거울 것 같아서 초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시작한 것이다. 그냥 단순히 신문이 좋으니까 알아서 잘 읽으라고 한건 아니다. 나름 신문을 잘 읽게 하기 위해 내가 특별히 노력한 부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이와 신문 읽기는 어떻게?
우선 신문을 읽으라고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거실 탁자에 놓아두면 아이가 오며 가며 보고 싶을 때 보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했다. 신문 안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만화들도 있기에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아이 혼자 신문을 펼쳐 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주다가 저녁때 퇴근 후 10~20분쯤 짬을 내어 아이와 함께 앉아 신문을 읽었다. 총 8면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물론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하루 이틀 밀리게 되면 하루 날 잡아서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해 읽으면 그만이니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다.
어린이 신문을 보기 시작하면서 느낀 것인데 신문 안에는 양질의 콘텐츠가 상당히 많이 들어있다. 아이 눈높이에 맞춰 시사 상식부터 과학, 역사, 영어, 한자, 그리고 토론거리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신문을 읽는다는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신문 속 글자를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지루해할 뿐 아니라 이해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나의 경우엔 딸아이와 읽기 전에 잠시 짬을 내어 빠른 속도로 신문의 내용들을 먼저 훑어본다. 어린이 신문이기에 어른의 입장에선 훑어만 봐도 대부분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러고 나서 생각을 정리해 요약을 하고 내 입장에서 부연 설명을 첨가해 설명해 준다.
이를테면 신문에 도쿄 올림픽에 관해 기사가 나왔다고 하면 이렇게 설명해 준다.
"엄마랑 아빠랑 몇 년 전에 강원도에 올림픽 보러 갔지? 기억나?"
"응 기억나."
"그때 엄청 추운데 썰매 타는 거 보고 선수들 응원하고 그랬잖아. 그때는 동계 올림픽 즉 겨울에 하는 올림픽이야. 여름에도 4년마다 올림픽이 열리거든. 매번 다른 나라 도시를 돌면서 열리는데 이번 차례는 일본 도쿄야. 예전에 외할머니랑 일본 오키나와 갔었지? 우리나라의 서울 같은 곳이 일본에는 도쿄라는 곳이야. 그걸 수도라고 해. 아무튼 원래 작년에 올림픽이 열렸어야 하는데 열리지 못했어? 왜 그랬을까?"
"음.. 코로나 때문에?"
"맞아 코로나가 좀 지나가고 나서 올림픽을 1년 후에 열기로 한 거야. 그런데 올해도 코로나가 없어지지 않았잖아. 그렇다고 또 미룰 수도 없고 돈을 많이 들여서 경기장을 다 지어서 취소할 수도 없고. 또 4년 동안 올림픽을 위해 준비한 선수들 생각하면 열리는 게 맞겠지? 그런데 올림픽 때문에 코로나가 더 심해지면 안 되니까 어떻게 하기로 했을까?"
"사람들 못 오게?"
"맞아! 작년에 아빠랑 야구장 갔었지? 그때 띄엄띄엄 앉아서 응원했잖아. 그때도 코로나 때문에 그랬던 건데 이번에는 아예 관중 없이 선수들만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기로 한 거야."
이런 식으로 ‘도쿄 올림픽 무관중 개최’ 기사에 관해 최대한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해 주는 것이다. 단 아이의 리액션을 보고 판단해 봤을 때 지루해할 만한 내용이거나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은 기사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넘어가야 한다. 신문을 같이 읽는 이유는 아이에게 지식을 전달하고자 함도 있지만 글 읽기에 대한 흥미를 만들어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문 내용만으로 부족할 때는 스마트폰을 시청각 교재로 활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동물원에서 아기 판다가 100일을 맞았다는 기사가 있다고 하면 신문 지면에 나와 있는 사진만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관련 동영상을 검색해서 보여준다. 그러면 아이도 좋아하고 생생한 화면을 통해 설명을 같이 해주니 이해도도 높아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下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