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일상
월요일은 직장인에게는 가장 바쁘고 정신없는 날이다. 주말동안의 매출을 보고하고, 각종 공지와 방침이 내려오며, 한 주의 계획을 세우는 날이기 때문이다. 새벽같이 출근해서 회의 3개를 뿌시고 나니 점심, 오후에도 역시 각종 계획을 보고하고 논의하는 데 열을 올리던 중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열이 올라서 지금 격리 중이에요. 일찍 와주실 수 있나요?!"
!!!
7살 큰애가 엊그제부터 잔기침을 하더니 본격적으로 감기가 온 모양이다.
코로나 덕분에 열이 조금만 올라도 무조건 격리 & 귀가조치 방침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최대한 빨리 가보겠다고 하고 일단 하던 회의를 마무리지었다. 줄줄이 이어져있던 또 다른 회의, 보고, '오후에 얘기하자'고 미뤄둔 일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지만, 눈을 딱 감고 컴퓨터를 껐다. 그래봤자 30분 조퇴였다.
어린이집에 뛰어갔더니 큰 아이는 생각보다 멀쩡하고, 둘째는 엄마가 일찍 오니 덩달아 신이 났다. 평소에는 11시간씩 어린이집에 있는지라, 이미 9시간 넘게 있었는데도 이렇게 좋아한다. 나부터도 환한 대낮에 아이들 신발이 신발장에 가득 있는걸 보며 우리 아이들을 데려간 게 거의 처음이라, 괜시리 마음이 들떴다.
첫째는 잔기침은 계속 하지만 다행히 열은 37.6도에서 왔다갔다 하는 정도라 크게 힘들어하지는 않았다. 둘째는 왠일인지 세상 순하디 순한 양이 되어 잘 따라왔다. 복도에서 드러눕지도 않고, 자기 혼자 계단을 내려오겠다고 뿌리치지도 않고, 회전문으로 달려가지도 않고, 엘레베이터를 자기가 누르겠다고 난리를 치지도 않았으며, 카시트에 안 앉겠다고 뻗대지도 않았다!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첫째는 연신 기침을 해대면서도 '넌 할 수 있어'라는 노래를 자작해서 부르더니, 둘째는 또 저세상 흥으로 핑크퐁 고성방가를 지르며 집에 왔다.
아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운전을 하는데, 뭐랄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밀려왔다.
월요일 퇴근길이라는 것도, 아이가 아프다는 것도, 꼭두새벽부터 씨름하던 보고서와 회의도 순간 모두 잊었다. 엄마가 다른 때보다 일찍 왔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나고 들뜬 아이들. 몸이 아픈데도 오히려 엄마에게 힘을 주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에게 받는 행복을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일을 하는 순간 특별히 내가 불행하다고 느끼지는 않더라도, 가슴 깊은 곳까지 꽉 차오르는 충만한 행복은 확실히 오랜만이다. 더 신기한 건, 그 행복의 원천이 무슨 대단한 사건이나 끝내주는 이벤트가 아닌, 그저 일상 속의 한 장면이었다는 점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소소한 즐거움들을 더 자주 경험하려고 일상을 재구성하는 사람들이다.
[굿 라이프] 최인철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을 넘어 식상할 정도지만, 아직도 우리는 소소한 행복을 누리기에 너무 바쁜 일상을 산다. 하루는 '해야 할 일 목록'으로 가득하고, 아침에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초시계가 짹각짹각 움직이는 그 톱니바퀴 틈에서 숨가쁘게 살아가는 게 지금 내 모습이자, 대부분 직장인의 일상이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하루에 해야 할 일이 있는 건 어쩌면 숙명이다.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이든, 프리랜서든, 하루 시간의 구성이 달라질 뿐, 일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다. 그런데 똑같은 일상 속에서도 어떤 사람은 자주 행복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 최인철 교수의 말처럼, 자주 행복을 느끼는 행복한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조금 다르게 구성하는 것 뿐이다. 소소한 즐거움을 더 자주 경험할 수 있게끔 말이다.
거창한 즐거움이 아니더라도, 하루에 5분이라도, 아니 단 1분이라도 내게 에너지를 채워줄 수 있는 좋은 경험으로 중간중간 채워넣으면 어떨까. 행복한 감정은 갑작스럽게 우연히 찾아오기도 하지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작은 것들을 미리 세팅해두면 그만큼 행복을 느끼기가 더 쉬워지지 않을까? 물론 그 전에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이 무엇인지 아는 게 우선이고 말이다.
정시에 퇴근하고 아이들을 만나는 것. 어쩌면 당연한 그 일상의 반복이 잔잔한 행복의 충전소가 되어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