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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브랜드유 Apr 10. 2024

필요한가, 필요 없는가 그것이 문제로다.


대형마트에 가면 아직도 쓰지 않는 물건 사 들고 오는 나, 정말 문제야. 불혹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알았다. 마트는 내 불안정한 정신 상태의 거울이었어. "필요 없는데 왜 샀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그건 이미 늦었다는 신호. 계산대 앞에 선 나를 보며, 계산원이 내 손에 들린 풍선껌을 보고 웃는다면, 그건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실수를 하다니!'라는 뜻일까?


오, 예술적으로 불필요한 물건을 고르는 나의 능력! 대형마트라는 미술관에서 나는 마치 비싼 작품 앞에 선 예술 애호가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결국, 내 쇼핑카트는 '나중에 쓸지도 몰라'라는 미명 아래 필요 없는 물건들로 가득 차게 된다. 집에 돌아와 보면, '이거 왜 샀지?' 하는 물건들이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집 안에 쓸모없는 물건으로 미술관을 개관할 날도 멀지 않았다.


쇼핑 목록을 작성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리스트에 쓴 것들은 오직 '합리적인 나'의 선택들. 하지만 마트에 발을 들이는 순간, '충동적인 나'가 그 목록을 낚아채 버린다. 갑자기 내 손이 새로운 가제트 팔이 되어, 이상한 스낵과 심지어는 트렌디한 주방 도구들이 들려 있다. 내가 정말 필요한 건 목록에 없는 것들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해 본다. 하지만 이제 웃어넘기자.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이 인생이니까.


마트에서의 실수는 결국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 다음번 쇼핑 때는 조금 더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장을 보러 가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나는 이미 다음 충동구매를 기대하고 있다. 필요 없는 물건을 사 들고 오는 것도 인생의 작은 즐거움 중 하나. 그것이 내가 아직도 성장해야 할 여지를 남겨둔 증거니까.


독자 여러분, 여러분도 가끔은 자신을 너무 탓하지 말고, 이 모든 경험을 유쾌하게 웃어넘길 줄 아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같은 실수를 하고 있으니, 그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우리의 흔들림은 결국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발판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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