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딱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 찬물 샤워도 익숙해졌다. 하루에 2-3번씩도 한다. 공복으로 요가를 해도 배가 고프지 않았던 적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점점 가벼운 음식을 찾는다. 밀가루와 고기가 맛있긴 한데, 방귀쟁이가 된다. 저녁을 무겁게 먹으면 다음 날 아침 요가가 끝날 때까지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게 느껴져서 불편하다. 더부룩함이 계속 남아 있다고 해야 할까?
마음은 여전히 많은 것들이 오고 간다. 감정적으로 더 열리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가끔은 그게 너무 무방비로 노출되어 버리는 것 같아 힘들기도 하다. 기복이 있는 건 아닌데, 뭐랄까, 내 감정을 다루기가 더 어려워진 느낌이다. 애초에 '다루겠다'는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냥 느껴주고 흘려보내면 되는 건데.
수업적으론 어제부터 요가아사나를 시작했다. 자비가 없다. 앞으로 몸을 숙이는 다양한 전굴 자세를 하는데, 팔을 등 뒤로 깍지를 낀다. 등허리도 무조건 곧게 펴고 올라와야 한다. 물론 선생님께선 할 수 있는 만큼, 무리하지 않고, 숨을 쉴 수 있는 만큼만 하신다.
눈을 감고 하기에 다른 사람들이 얼마만큼 따라오는지는 잘 모르지만, 햄스트링을 강하게 자극하는 자세에선 다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 더 쉬운 변형 동작을 알려주지만 그것도 사실 어렵다.
이게 바로 아시아와 서양의 차이일까? 한국도, 이샤 하타(인도)도 '이상적인 자세'가 정해져 있다. 이 자세를 제대로 만들기 위한 정교한 방법이 정해져 있다.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 덕분에 아주 자세히 동작을 배울 수 있다. 작은 근육의 움직임까지 챙길 수 있기에 빠르게 좋은 동작을 만들 수 있다.
반면 발리에서 만난 서양권의 선생님들의 수업엔 '무조건'이 없었다. 내가 졸업한 로카 요가스쿨에서도 가장 강조하면서 배웠던 부분이 '다양한 몸'에 대한 이해였다. 추구해야 하는 바른 자세라는 건 분명 존재하지만, 거기에 다다르기 위해 최소 2가지 이상의 선택지를 준다. 동작의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어떤 방법이 더 좋고, 나쁘고는 없을 것이다. 분명 자세히 배우는 것도 중요하고, 다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 동작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바른 자세를 배우겠도 중요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방법이 다를 뿐.
결국은 둘 다 해봐야 한다. 무리를 해서 아파보기도 하고, 너무 가볍게만 해서 효과가 있는 건가 의심해 보는 경험도 필요하다. 내 몸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계속 부딪히다 보면 자연스레 몸에 대한 이해(body awareness)가 높아지게 될 것이다. 요가는 결국 스스로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확대하는 과정이니까.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다른 의미로 몸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것 같다. 예전에는 동작(아사나)을 더 잘하게 되었다면, 지금은 신체기관으로서 동시에 에너지로서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남은 2주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갈까? 나는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까? 진짜 요가를 잘하는 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