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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Jan 15. 2021

나를 위한 공간 찾기

파랑새는 가까이에


얼마 전 '나를 사랑하는 여행'을 갔다가 내가 어떤 장소를 좋아하는지 알게 된 다음, 일상에서도 충전이 될 만한 자연친화적인 장소를 찾아 집 근처 공원으로 소풍을 다녀왔다.


사실 생각만큼 즐겁지는 않았다. 큰 맘먹고 비싼 값을 치르고 산 피크닉 매트는 천막처럼 무거웠고, 갔더니 평일 오전인데 의외로 사람도 많았고, 양달은 해가 너무 눈부시고, 응달에 누워있으니 춥고, 개미들은 계속 들러붙고...


그래도 드립한 커피를 보온병에 넣어 가서 크루아상 샌드위치와 함께 먹으며 만화책을 본 것은 즐거웠다. 인생이 계속되는 축제도 아닌데 어떻게 매일 완벽하겠어.




파랑새는 가까이에 있다더니, 현실에서 그리 찾아 헤매던 나를 위한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회사 바로 뒤에 있었다. 작은 잔디밭은 가을 햇살이 가득하고, 사람이 많지 않아 고요한 것이 내게 꼭 알맞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천막처럼 무거운 피크닉 매트를 싸들고 소풍을 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가끔 산책하는 사람들이 잔디밭 주위를 원형으로 도는데, 나는 어제 잔디를 밟는 감촉을 느끼고 싶어 대각선으로 가로질렀다(밟아도 되는 잔디임).


오늘은 휴일 출근이라 잔디밭에 아무도 없다. 일하다가 머리를 식힐 겸 산책하는 도중에 까치를 보았다. 나는 까치가 그렇게 경쾌하게 뛴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신기해. 편안한 마음으로 동물을 관찰할 여유가 있다니. 초등학교 때 파브르 곤충기를 읽고서는 '얼마나 시간이 남아돌면 곤충 관찰 같은 걸 하고 있어.'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초등학교 때! ㅋ


벤치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조그맣게 재즈를 틀어 놓고 하늘을 보다가, 용기를 내어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잔디밭을 걸었다. 아무도 하지 않는, 하지만 금지되지 않은 행동. 나는 혁신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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