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을 잇다
<나에게서 구하라(구본형 저)>
누가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래라 저래라다. 구본형 선생님 책이 아니었다면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구본형 선생님을 '위대한 멈춤'에서 처음 알고 호기심이 생겼다. (감히 말하지만) 어쩐지 나와 공통점이 많을 것만 같았다. 혁신가라는 칭호도(나는 혁신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뛴다), 43세에 돌연히 새벽에 깨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도.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이 돼라'는 가르침이었다. 요새 유행하는 것처럼 퇴사하여 1인 기업가의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나 자신을 스스로 거대한 직장 속의 일개 직원으로 자리매김하는 것과 '한 명의 전문 직업인'이라는 마음을 갖는 것은 일에 대한 태도를 천지차이로 바꿔주게 되니 말이다(실제로 나는 마음가짐을 바꿈으로써 일이 훨씬 즐거워졌다).
그분이 이미 돌아가신 분이라는 것을 알고 못내 실망했지만, '위대한 멈춤'에서 '이미 세상에 없는 분도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스승으로 삼을 수 있다'는 말에 그때부터 구본형 선생님의 책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책에선가 '씨팔!'이라는 욕이 적나라하게 기록된 것을 보고, 또 생전에 휴게소 호두과자를 그렇게 좋아하셨다는 것을 보고 나는 전율했다. 아아, 우리는 동류로구나. 나는 스승을 얻은 것이다.
그래, 이 책은 이래라저래라 책이 아니라, 스승의 가르침이자 유언이다. 책의 내용이 새롭거나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자기를 찾고 삶을 사랑하라는 내용이 담긴 현자들의 책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말들이다. 그러나 내게는 새로운 가르침보다, 이미 알려진 가르침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눈앞에서 구현한 실제의 모델을 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같은 분들은 위대하나 나와는 다소 먼 거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불과 나보다 일이십 년을 앞서 대한민국에서 살아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가 이룬 삶은 나도 할 수 있다는 도전이 되는 것이다.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다림은 죽은 시간이다.
그러나 기다림은 특별하고 매력적인 시간이다.
모든 농부는 자연스럽게 익은 사과가 가장 맛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름 태양을 흠뻑 담은 달콤한 과일은 모두 기다림이 선사한 것이다.
기다림은 시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성스러운 창조적 행동이다.
기다림은 맛을 깊게 한다.
<나에게서 구하라 中>
내가 제일 어려워했던 것이 기다림이었다. 나는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사람이었다. 쉴 새 없이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하루가 나에게 주어지는 온전한 선물임을 깨닫고, 시간은 내 편이 되었다.
변화의 핵심은 자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자신은 가장 알기 어려운 대상이다. 이것을 알아가는 것이 인생의 과제다.
점점 자기다워지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변화다.
<나에게서 구하라 中>
세상 모든 현자들이 말하는 것이 자기다움이다. '자기를 브랜딩 하라'는 말은 이제 대중적인 구호처럼 되어버렸지만 어떻게 하면 브랜딩 할 수 있는지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책을 써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인스타와 유튜브로 홍보를 하는 등 외양에 치우치기 이전에 '진짜 나를 찾는 것',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책의 제목처럼, 바깥이 아니라 나에게서 먼저 구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중심을 잡는 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나는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