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소설을 내가 '글내림'이라고 부르는 상태에서 썼다. 첫 문장부터 끝 문장까지 거의 쉬지 않고 내달리면서 짜릿한 기쁨을 맛보았다. 완성된 글은 (객관적으로 잘 썼는지와 상관없이) 내 맘에 쏙 들어서 한 군데도 고치고 싶지 않았다. 같은 날 다른 소설도 시도했는데, 그것은 쓰다 멈추고, 쓰다 멈추면서 고심한 것과 비교되었다.
ps. 문득 떠오르는 과거 일 하나.
예전에 일 년 정도 시험공부를 한 일이 있다.
그 분야에 관해 알고 싶어서 시작한 공부라 시험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싶지 않았다. 순수하게 앎의 기쁨을 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락에 초연한 것은 아니었다. 꼭 붙고 싶었고, 그래야 했다.
그래서 나는 일 년 중 처음 9개월은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부분을 내 맘 내키는 대로 공부했다. 어디까지나 나의 즐거움을 위해. 그리고 뒤의 3개월은 철저하게 출제자의 의도에 맞추어 공부했다. 내가 출제자라면 뭘 알기를 원할까, 어느 부분에서 무슨 문제를 낼까 상상하면서. 그 결과 재밌게 공부하면서 시험에도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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