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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Mar 28. 2021

소설 쓰기의 매력


얼마 전에 초단편소설에 도전했다가 "소설 같지 않아요"라는 평을 받았다(나도 편집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고도 나는 가끔 소설 습작을 쓰곤 한다.


브런치 작가로 도전할 때 심사위원들에게 '언젠가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사실 뻥에 가까웠다. 뭔가 그럴듯한 포부가 있어야 뽑힐 것 같아서. 그런데 나는 왜 생각지도 않게 소설을 쓰고 있나?


나에게 에세이는 100m 달리기와 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내달리는 맛이 있었다.


반면 소설은 마라톤이라는 비유만으로는 모자라더라. 흡사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문장 하나를 다듬고 또 다듬고. 그 자체로 내 맘에 쏙 들게 완성된 문장이라도 앞뒤 장면이 연결되지 않으면 눈물을 머금고 가차 없이 분해해서 다시 조립해야 한다. 그렇게 만든 문장이 이전보다 형편없어도 할 수 없다.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순간은 대체로 전자에 가깝다. 순간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이, 찰나의 경험이 허공 속에서 연기처럼 흩어지기 전에 얼른 붙잡아서 단숨에 문장으로 엮어내는 것. 그렇게 해서 무형의 존재에 글이라는 형체를 부여해서 내 창고에 저장하는 것.


사실 나는 글쓰기 외에도 모든 면에서 그런 경향이 있다. 완성도는 높지 않지만 속도는 빠른 편이다. 단숨에 몰입하고 빨리 빠져나온다. 그런 내게 '소설 쓰기'라는 작업은 꽤나 지난한 것이다. 나는 방망이 깎는 노인 옆에서 초조한 얼굴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언제 끝나요? 대충 하고 주셔도 돼요."라고 말하는 유형의 인간인 것이다.  


하지만 소설 쓰기는 묘한 맛이 있다. 에세이를 쓸 때에는 자꾸만 '내가 이러이러한 것을 해보니 이렇더라'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게 된다. 그것을 소설은 우회적으로, 돌려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은 생명력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소설 '패닉 바잉'만 해도, 이렇게 써 놓으면 '옛날 옛적에 (뻥 좀 보태서) 이러이러한 밍이란 사람이 살았는데 저러저러하게 집을 샀더라네.'라는 얘기에 그친다.


그렇지만 저기에 묘사와 대화를 추가하고, 감정을 녹여 넣으면 사람들은 글을 읽으면서 내가 본 것을 같이 보고, 내가 느꼈던 감정을 같이 느낄 수 있다. 이야기가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 고로 나는 요새도 가끔 소설 쓰기에 도전한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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