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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엄마의 아침일기 4
탯줄로 연결된 너와 나
소고기 사태 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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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엄마의 아침일기
Sep 3. 2021
소고기 사태 미역국
어제저녁에
만들어둔
미역국을 아침상에 낸다.
기장미역
한 줌을 물에 충분히 불린다.
사태는 핏물을 빼고
말랑해질 때까지
그러나
너무 무르지 않게 삶아서 다 익은 사태는
건져서 얇게 썰어둔다.
끈으로 묶어서 삶기도 하지만
난 묶지 않고 눈대중으로 삶는다.^^
불린 미역은 다진 마늘과 함께
참기름으로
달달 볶다가
국간장 조금 넣고 다시 볶다가
사태 삶은 육수를 충분히 넣고
아주
푹 끓여준다.
마지막에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한번
끓어오르면 불 끈다.
모든 간은 제일 마지막에.
미역국 끓이는 날은
큰아이 입시
뒷바라지할 때가 생각난다.
아이는 외고에 입학하고 심하게 좌절했었다.
중학교 때까
지 늘 1등을 이었던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 후 쟁쟁한 아이들 틈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5등 밖으로 밀려나는 게
한순간이었다.
새벽 6시 등교
,
밤 12시 하교...
집에 와서도 자는 시간은 1시 기상은 5시 반.
이러하니 나는 아이보다 더 늦게
잘 수밖에 없고 더 일찍 일어나야 했으니
매일 하루 3시간밖에
못 잤다.
점심. 저녁을 학교에서 먹으니 아침밥이라도
엄마밥을 꼭 먹여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어느
날 하교하는 통학버스에서
아이는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 엄마!
나 때문에 고생 많지?
내일
부
터 중간고사인데
엄마표 미역국 먹으면
힘 날것 같아.
진한 미역국
먹고 싶어. 미안해.'
난, 이
문자 보자마자 엉엉 울었다.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졌을 아이가 나에게
미역국 해달라며 미안하다는데...
그날 밤 밤새 사태를 삶고 불 조절하면서
새벽까지 미역국을 끓여 아이에게 먹였다.
대학
입학 후 아이가 그랬다.
그날 미역국 먹고 학교 가는데 , 엄마가 밤새
끓여준 그 미역국이 너무 맛있고
엄마가 자기를 위해
무엇이든 도와준다는 생각에 든든했다고..
나는 아이 앞에선 강하고
재밌기만 한 엄마가
되어야 했지만,
새벽에 통학버스 태우고
손 흔들고
들어오는 길에 하루도
안 빼고 마음이 아렸다.
그러나 내가 매일 훌쩍거린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아이들이 조금만 미열이 있어도
엄마는 알아채고 아빠는 모른다.
아이들 눈빛만 봐도
이 아이가 어떤 감정인지 알 수있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도 함께 아프다.
이건 아빠와 달리
엄마뱃속에서 부터
탯줄로 연결되어 있었기때문 아닐까
그렇게 엄마와 아이는 한 몸
그리고 나도 우리엄마와 그러했겠지.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도 내게는 축복이었다.
정말 몸과 맘이 고꾸라지게 힘들었지만
그 시간을 이겨낸 나와 아이는 참 많이 단단해졌다.
우리 삶이란 게
무엇 하나 쓸데없는 경험이란 없다고 생각된다.
지금 코로나로 인한 이 어려운 상황
도
언젠가는 그때 그랬지...라고 회상할 그날이
와줄 거
라 기대해 본다.
미역국 단상.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jDp_wBW3m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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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차 주부입니다. 매일 아침밥을 짓는 건 일기를 쓰는 것과 같고, 그것이 곧 나의 행복입니다. 모아 두었던 아침의 기록들을 이곳에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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