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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로 연결된 너와 나

소고기 사태 미역국♡



소고기 사태 미역국


어제저녁에 만들어둔

 미역국을 아침상에 낸다.


기장미역 한 줌을 물에 충분히 불린다.


사태는 핏물을 빼고 말랑해질 때까지 그러나

너무 무르지 않게 삶아서  다 익은 사태는

건져서 얇게 썰어둔다.

끈으로 묶어서 삶기도 하지만

난 묶지 않고 눈대중으로 삶는다.^^


불린 미역은 다진 마늘과 함께

참기름으로  달달 볶다가

국간장 조금 넣고 다시 볶다가

 사태 삶은 육수를 충분히 넣고

아주 푹 끓여준다.


마지막에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한번 끓어오르면 불 끈다.

모든 간은 제일 마지막에.




미역국 끓이는 날은

큰아이 입시 뒷바라지할 때가 생각난다.


아이는  외고에 입학하고  심하게 좌절했었다.

중학교 때까 늘  1등을 이었던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 후 쟁쟁한 아이들 틈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5등 밖으로 밀려나는 게

한순간이었다.


새벽 6시 등교, 밤 12시 하교...

집에 와서도 자는 시간은 1시 기상은 5시 반.


이러하니 나는 아이보다 더 늦게 잘 수밖에 없고 더 일찍 일어나야 했으니

매일 하루 3시간밖에 못 잤다.


점심. 저녁을 학교에서 먹으니 아침밥이라도

엄마을 꼭 먹여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어느 날 하교하는 통학버스에서

 아이는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  엄마! 나 때문에 고생 많지?

내일터 중간고사인데

엄마표 미역국 먹으면 힘 날것 같아.

진한 미역국  먹고 싶어. 미안해.'


난, 이 문자 보자마자  엉엉 울었다.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졌을 아이가 나에게

미역국 해달라며 미안하다는데...


그날 밤 밤새 사태를 삶고 불 조절하면서

새벽까지 미역국을 끓여 아이에게 먹였다.


대학 입학 후 아이가 그랬다.

그날 미역국 먹고 학교 가는데 , 엄마가 밤새

끓여준 그 미역국이 너무 맛있고

엄마가 자기를 위해

무엇이든 도와준다는 생각에 든든했다고..


나는 아이 앞에선 강하고

재밌기만 한 엄마가 되어야 했지만,

새벽에 통학버스 태우고 흔들고

들어오는 길에 하루도 안 빼고 마음이 아렸다.

그러나 내가 매일 훌쩍거린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아이들이 조금만 미열이 있어도

엄마는 알아채고 아빠는 모른다.

아이들 눈빛만 봐도

이 아이가 어떤 감정인지 알 수있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도 함께 아프다.

이건 아빠와 달리

엄마뱃속에서 부터

탯줄로 연결되어 있었기때문 아닐까

그렇게 엄마와 아이는 한 몸


그리고 나도 우리엄마와 그러했겠지.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도 내게는 축복이었다.

정말 몸과 맘이 고꾸라지게 힘들었지만

그 시간을 이겨낸 나와 아이는 참 많이 단단해졌다.


우리 삶이란 게

무엇 하나 쓸데없는 경험이란 없다고 생각된다.


지금 코로나로 인한 이 어려운 상황

언젠가는 그때 그랬지...라고 회상할 그날이

와줄 거라 기대해 본다.


미역국  단상.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jDp_wBW3m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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