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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절망 누군가의 기쁨



몇 해 전 첫 눈 오는날


안규철 작가의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 전시를 관람했었다.

인상깊은 작품은 < 아홉 마리 금붕어>였다.

9개의 동심원을 만들어 한 칸에 한마리씩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작가는 물었다. 결국 사랑이냐고,

긴 시간 흐른 후 우리에게 남는게

유행가 가사처럼 애닲은 사랑이냐고.


난 고통스러웠다.

3자가 보기에 아름다운 몸짓.

그래서 우린 금붕어를 사랑한다.

그러나 금붕어는 오롯이 홀로 넓은 동심원을 그리며 고독해한다.

그 고독이 보였다.

발버둥쳐도 옆칸으로 갈 수 없다.

절망적이었다.


금붕어 한마리가 유독 돌아서는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눈을 맞추었다. 그러나 구해줄 수 없었다.

나는 금붕어의 주인이 아니니까 ....

안타까워도 방법이 없었다.

아, 사랑에도 각자의 주인이 있다.

돌아오는 길이 퍽이나 쓸쓸 했었다.


오늘 우연히 발견한 옛사진을 보면서

누군가의 절망이 나에게 기쁨이 되는 일은

없는지 짚어 보았다.

내가 또는 네가 금붕어인건 아닌지...


햇살이 금가루처럼 부서져 폴폴 날리는 아침이다.


https://youtu.be/vbbh_s5z2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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