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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아저씨와의 비밀거래

함박스테이크 ♡



함박스테이크


어제밤에 냉동해 둔 함박스테이크 패티를 냉장실로 옮겨두었다.


다진소고기 80에 다진 돼지고기 20 쯤 넣고

( 보통 반반의 비율을 섞지만 기름이 싫어서

조금만 섞음)

갈릭 파우더, 볶은 양파, 맛술 조금, 후추 조금, 맛간장 조금, 빵가루

또는 식빵 한조각 , 우유, 계란을 넣고 찰기가 생길때까지 오래 치대어 준다.

동글 납작하고 도톰하게 빚어서  가운데를

한번 누른후 보관용기에 보관한다.

한 단씩 올릴때 사이사이 랩이나 종이 호일을

깔아준다.

( 양파를 볶을때는  팬에 버터를 넣어 녹여주고 잘게 다진 양파를   갈색이 될 때까지 달달 볶는다. 이때 너무 불이 세면 타버리므로 불은 중불이나 중불 이하의 불로 서서히 볶아준다.

그리고 열을 식힌다음 고기반죽에 넣어야 한다.)


패티는 팬에 기름을 두르고 물도 조금 넣고

중불에서 뚜껑 덮고  서서히 익혀준다.


소스는 잘게 다진 양파와 버터를 볶다가 케찹, 우스터 소스, 맛간장을 넣고 바글바글 끓여준다. 단맛은 취향껏 맞추면 된다.

시판 소스를 사용해도 되지만, 이렇게 다양한 재료를 섞어 만들면 여러 맛을 느껴볼 수가 있고 텁텁함이 덜 하다.


새송이 버섯과 방울토마토는

올리브 오일 조금 둘러서

구우면서 소금 후추로 간을 해둔다.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만든 주먹밥과 달걀프라이를 함께 담는다.




음식을 하면, 아니 주방 근처에만 가도

엄마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때

쓰고자 하는 글의 방향도

음식을 통해 기억나는 엄마의 이야기였다.

그러니 아침일기를 쓰며 엄마와 마주한다.


40년 전 쯤,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우리가 사먹을 수 있는 간식이란

사탕, 호빵, 호떡정도가 전부였다.

그래서 그밖의 것들은

엄마가 모두 집에서 만들어 주셨다.

떡볶이, 찐빵, 떡, 튀김 등등

엄마는 마술사처럼 모든 것들을 창조해 내셨다.

그렇게 직접 가정에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냄비아저씨의 공이 컸다.


냄비아저씨는  모든 조리도구를

파시던 분이었다.

신기하게 생긴 소형 가전제품과 냄비들을 노끈으로 엮어서

어깨와 등에 지고서 가가호호 방문하여 그것들을 팔았다.

그리고 그 중심엔 우리엄마가 계셨다.


1단계 ,제일 먼저 엄마가 아저씨로부터

물건의 설명을 듣고

그것이 주부에게 매우 필요한 물건이다 싶으면

2 단계 , 아파트 친목계 아줌마들을

우리집으로 불러 모은다.

3단계, 냄비아저씨가 아줌마들 앞에서 자신이 팔고자 하는 제품들을 이용해서

신박한 음식들을 만들어 보여 주신다.

4단계, 아줌마들이 회식을 하시며 우르르 아저씨의 제품을 사신다.

(신용카드가 없던 시절이라 월부로 (할부) 사면

아저씨가 매달 그릇값을 수금하러 오셨는데

한꺼번에 계산하면 할인도 기분좋게 해주셨다.)


난, 피자를 처음 맛보았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넓다란 피자팬에 밀가루를 얇게 펴서 깔고

그 위에 케찹과 모든 야채와 소시지 ( 그당시 햄도 없었고  오로지 진주햄 소시지) 를 얹으시고

미제 아줌마에게 부탁하여 구매하신

치즈를 듬뿍 얹어서  몇 분 기다리니 …….

세상에 ...쭉쭉 늘어나는 치즈는 태어나서 첨 맛보는 맛이고

암튼 기가 막히게 맛있게 먹었다.


하루는 하교후에 배고프다고 난리치니

“ 기다려라. 엄마가 기똥차게 맛있는거 해줄게,”

한마디 하시고는 주방에서 한시간 내내

뭔가를 기계돌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났었다.

나가보니 길다란 방망이에 전기를 꽂고

고등어를 한 바가지 찧고 계셨다.

온 집안이 비린내로 가득하고

대체 엄마는 저걸로 뭘 만드시는건가 …

과정을 봐버린 나는

절대 그걸 먹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다.


그런데 저녁상엔 예상대로 정불명의 거무스름한게 올라와 있었다.

“ 얘들아, 고등어와 야채를 함께 갈아서 식빵가루 넣고 구운거야.

이게 단백질이 그렇게나 풍부하댄다. 먹어봐라.”

“ 누가?”

“냄비아저씨가 그러셨어.”


억지로 한 입 물었는데…….

이야이야호~~~ 피자에 이어 처음 맛보는 맛.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다.

도깨비 방망이를 산 이후로는

엄마의 요리는 날개를 달아서

함박스테이크와 햄버거도 직접 만들어 주셨다.

( 엄마의 도깨비 방망이)

냄비아저씨가 다녀간 날은

아파트 복도 가득 맛있는 냄새가 폴폴 났었는데

재미있는건 모두가 같은 냄새.

저녁 메뉴가 모두 같았기때문이다.


내가 취업을 하고 가장 먼저 샀던게 휘슬러 압력솥이었다.

고가의 밥솥이었지만 엄마를 위해

 큰맘 먹고 샀었다.

그때는 냄비아저씨의 존재가 사라진 시절이었다.

엄마가 휘슬러 밥솥을 가슴에 품고

좋아서 펄쩍 펄쩍 뛰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나이가 들었을때 엄마에게 물어봤었다.

“ 엄마, 옛날에 말이야. 냄비아저씨 오시는날…

그날은 왜 꼭 우리집에서 그 많은 사람이 모였던건데?

복잡하고 짜증났었어~~” 그랬더니


“ 얘, 장소제공하는 집에는 반 가격에 줬었거든.

복잡하면 좀 어때?  내새끼들 맛있는거 만들어 줄 수 있다면이야… ㅎㅎㅎ”


엄마의 도깨비방망이는

내가 가지고 있지만 갈때 시끄럽고  무거워서 다진고기를 사서 조리한다.


엄마에게 도깨비방망이가 가져다 준 뿌듯함을

난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이걸 들고 찧으시느라

그렇게 어깨가 아프셨던거구나....


이 또한 떠나시고 나니 알겠다.


https://brunch.co.kr/@myeonglangmom/410

https://brunch.co.kr/@myeonglangmom/329

https://brunch.co.kr/@myeonglangmom/353

https://brunch.co.kr/@myeonglangmom/252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WoCC8G5f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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