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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고지가 과자였으면...

보름나물과 오곡밥♡



보름나물과 오곡밥


1년 내내 조금씩 나물을 모은다.


냉동실 구석에 잠자고 있던 마른나물들 꺼냈다.

호박고지,말린 가지,고구마순,

말린 취나물, 말린 고춧잎,말린 피마자등은

물에 불리고 다듬고 데치고 볶고...

무는 채썰어 소금에 살짝 절여

힘빼고 들기름에 다진마늘과 함께

달달 볶는다.


말린 나물들은 모두 동일한 방법으로

볶아준다.

말린 나물을 하루 전날 충분히 불려준다.

냄비에 물을 충분히 붓고

불린 나물을 15분 정도씩 삶아준다.

불을 끄고 뜨거운  물에 담근채로

30분 정도 그대로 둔다.

깨끗이 씻어 물기를 짜주는데

너무 꽉 짜지 않는다.

물기가 너무 없으면 부드럽게

볶을수가 없다.

팬에 나물과 다진마늘, 다진 파, 국간장,

참치액을 조금 넣고 달달  볶다가

 물을 조금 넣고

뚜껑 닫은 후 불을 약하게 줄이고

7분정도있으면 보들보들해진다.

불끄고 창기름, 깨소금 넣고 마무리해준다,


매일 먹는 잡곡밥에 팥을 더하여 오곡밥 었다.




정월 대보름 다가와서 나물을 사자면

가격이 매우 비싸진다.

그래서 평소에 조금씩 사서 냉동실에

보관해 두는 편이다.

혹시 여행이라도 가면 여행지 재래시장에

들러서 말린 나물들을 사온다.

속초여행갔다가 사온 피마자는

들깨넣고 볶으니 너무 맛있다.


친정엄마는 오곡밥을 아주 많이 지으셨다.

대보름날엔 따끈한 오곡밥을 먹고

그 다음날은 식은 오곡밥을 동글동글

뭉쳐서 설탕과 함께 주셨다.

우리 형제들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오곡밥을 두 주먹씩 들고

하얀 설탕가루에 찍어 먹었다.

잡곡밥을 안 먹으려 하니까

엄마는  이런 방법으로

간식처럼 먹게끔 하신것 같다.

어떻게 해서든 먹이려고

별 방법을 다 동원하신듯 하다.


저녁을 먹으면서 식구들에게

내가 어릴때 먹었던 그 달콤한 오곡밥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는데 모두들 관심이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달콤한 오곡밥을

상상도 못하겠지. 쳇.


큰 손이셨던 우리 엄마는

무엇이든 대량생산을 하셨는데

호박을 한상자씩 사서 자르고

명주실에 일일이  길다랗게 꿰어서

베란다에 주렁 주렁 걸어 말리셨다.

자리가 부족하면 가끔씩 방문에도

걸어 두셨는데

나는 그것이 마치 커텐같아서

휘이 휘이 손으로 내저으면서 들락거리다가

혼나기도 했다.

 

( 사진 :  네이버)


가끔씩은  침대에 누워서

실에 꿰어 걸린 호박들을 보면서

저것이 호박이 아니라 과자이면 좋겠다고

상상하기도 했다.

웨하스나 티나크래커( 구멍이 뚫린 짭조름한

크래커였다)가 엮여 있고

그 아래로 오가며 한개씩 물어 먹는

상상은 너무 기분좋았다.

그렇게 호박을 보고 싱긋거리고 있으면

엄마는  내가 호박고지를 무친장 좋아한다고

생각하시고 1년 내내 호박나물을 말리셨다.


우리 아이들은

내가 해주는 음식이 맛있어도

맛있다는이야기를 잘 안한다.

왜 그런거냐고 물으니

" 엄마는 맛있다고 하면 며칠동안

계속  반찬을 주니깐." 이라고 한다.


아! 우리엄마도 그러신거구나… 싶다.


오곡밥이 많이 남았다.

아마도 내일 아침엔 동글동글 빚고 있겠다.


https://youtu.be/5sVNk-fSK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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