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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머무는 날 다니러 오셨다

 짜장밥♡



짜장밥


다진 돼지고기에 맛술 조금 뿌려 둔다.


양파, 당근, 애호박, 양베추는 큼직하게 썰고, 대파는 잘게 다지듯 썰어서 넉넉히 기름 둘러 달군 팬에 달달 볶는다.

야채가 반쯤 익으면 다진 돼지고기를 함께 넣어 볶아 준다.


고기가 반쯤 익었을때 야채와 고기를 팬의 가장자리로  둥글게 밀어두고 가운데에

 춘장을 넣고 춘장을 먼저 치지직 볶다가

야채와 합쳐준다.

버물버물하면서 스테비아가루를 넣어

단맛을 더해준 후에

재료가 자작하게 잠길정도로 물을 붓고 끓여준다.

(난 양파를 아주 많이 넣고 단맛을 조금만 더해주는 편이다.

올리고당처럼 액체는 사용하지 않는게 좋다. 물기가 많이 생겨버려서 너무 질척해진다.)

춘장을 따로 볶아 섞기도 하는데

나는 왠만하면 한 개의 팬으로 조리하는 편이다.  (설거지 줄이기)


한소끔 바글거리며 끓으면

물에 섞어 둔 전분가루를  조금넣어가며 걸쭉한 농도를 맞춘다.

따뜻한 밥위에 얹고 달걀프라이 한 개씩 더한다.

     < 조수미 / 바람이 머무는 날 >


22년전 오늘은 내가 사랑하는 우리엄마와 영원한 이별을  한 날이다.

돌아가시기 전 날 그러니까 노동절날 저녁에 엄마와 통화를 했었다.

그게 마지막 엄마목소리였다.

사람은 항상 후회를 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렇다. 나 역시 이럴줄 알았으면 전화기 녹음 버튼이라도 눌러둘 걸…. 이라고 매일 생각한다.

엄마목소리가 자꾸만 멀어지려 한다.


< 엄마가 좋아하시는 과꽃>


며칠전 엄마 생각이 나서  

과꽃을 작은 화분에 심었다.

설거지하시며 부르시던 노래 <과꽃>이다.

어릴적에 < 누가 누가 잘 하나 > 라는 동요대회

연습을 할때 엄마가 이 노래를 부르라고

선곡해주셨다.

날밤을 세워가며 엄마가 연습을 시키셨는데

마지막 부분에 ' 꽃이 피면 꽃밭에서' 가

고음이라 자꾸 삑사리( ㅎㅎ) 가 나서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대회 당일날은 성공해서

엄마가 눈물까지 흘리셨었다.

이렇게 불가능할 듯한 일도 끝까지 연습하고

노력하면 가능해질 수 있다는걸

그때 배우게 주셨다.

과꽃은  정성껏 매일 물을 주니

새싹이 파릇 파릇 돋고있다.

난 식물을 정말 못 기르는 x손인데

이 과꽃만큼은 열심히 길러봐야겠다.




엄마가 좋아하시던 음식이 무엇이었나

생각해 본다.

그런데 도무지 떠오르질 않는다.

엄마는 그냥 모든 음식을 다 좋아하신다고 생각했기때문일까?

머리를 수없이 도리깨질하며

좌우로 흔들어 본다.


‘아니야, 그래도 우리엄마가 좋아하시던게 있을거야.,


어제 잠자리에 들며 계속 생각했었는데

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기적처럼 떠올랐다.

바로 짜장밥이다.


https://brunch.co.kr/@myeonglangmom/329


어릴때 '블란서 여배우 ' 우리엄마는 온갖 것을 집에서 만들어 주셨는데 그 중에서도 짜장면이 참 맛있었다.

고기와 양배추를 아낌없이 듬뿍 넣은 짜장면은

매우 기대되는 별식이었다.


그런데 면을 잔뜩 삶아 식구들에게

짜장면을 담아주시고,

엄마는 늘 밥에 슥슥 비벼드셨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실컷 짜장면을 먹다가  고개를 돌려

엄마의 짜장밥으로 숟가락을 얹어서

뺏어 먹곤 했었다.

입가에 묻은 짜장을 손으로 쓱 닦아주시면서

달걀 프라이도 내 입으로 넣어 주셨더랬다.

그리고 엄마는 자꾸만 배부르다고 하셨었다.

많이 후회된다.

왜그리 욕심내서 엄마의 짜장밥을 빼앗아 먹은건지.


내가 엄마가 되고나니 알겠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어도 아이들에게 먼저 한 입을 넣어주게 되고,

내가 먹지 않아도 정말 배가 부르다.


그렇게도 탐을 내며 욕심냈던

엄마 몫의 짜장밥을  

엄마가 떠나신 날 만들어 본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목구멍에 걸려

내려가질 앉아 물을 벌컥 벌컥 들이킨다.


엄마가 떠나시던 날은

흐리고 이슬비가 내렸었는데

오늘은 해가 너무도 반짝인다.

2022년 5월 2일엔

바람이 머무는  맑은 아침으로

다니러 오신듯 하다.


https://youtu.be/vbRd6ygUd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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