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을 이기고 blur - coffee & TV
Do you feel like a chain store?
Practically floored
One of many zeros
Kicked around, bored
당신이 체인점처럼 느껴지나요?
주변에 흔히 깔려있는
많은 제로들 중 하나
여기저기 치이고, 지루한
-Coffee & TV 중에서, blur*
https://www.youtube.com/watch?v=6oqXVx3sBOk
공원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아이스커피를 흔들며 가는 사람, 이어폰을 끼고 달리는 사람, 나무 그늘 아래 책 읽는 사람, 아이를 쫓아다니는 엄마. 갈 길이 바빠 보이는 학생.
초록이 무성한 나뭇잎들 아래에서 다들 싱그러워 보인다. 무심한 표정으로 걷고 있어도, 다들 자신만의 이야기 속을 걷고 있는 중이다. 알고 보면 모두가 주인공. 자신의 삶을 스쳐서 지나는 사람은 없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그저 공원을 걷는 사람들 중에서 서로에게 '너'가 되고 '나'가 되는 방법은 뭘까?
1980년대 후반, 미국 조지아 주. 어느 레코드가게에서 알바를 하는 학생이 있다. 그는 사고 싶은 레코드판에 몰래 자기만 아는 표시를 해둔다. 월급이라도 받는 날엔 그 레코드들을 사갈 셈이다. 그런데 번번이 좌절된다. 어떤 손님이 와서 그 레코드들을 사가기 때문이다. 당장 사서 듣고 싶은 앨범을 누군가가 쏙쏙 빼간다면, 어떤 기분일까? 처음엔 짜증이 날 수도 있겠지만, 이내 호기심이 들 것 같다. 그렇게 취향이 맞아떨어지기는 쉬울까. 썩 괜찮은 방법도 있다. 그 손님과 친구가 되는 것. 밤을 새도 할 얘기가 넘칠 것이 뻔하다.
이렇게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서로를 알게 되면서 밴드를 만들고, 그 노래는 미국 대학가 라디오 전파를 타면서 유명해진다. 결국 세계적인 밴드가 된다. 미국 컬리지록의 깃발을 세운 REM의 이야기다. 알바생은 기타리스트 피터 벅이고, 그 손님은 보컬 마이클 스타이프이다.
1960년 영국 런던 변두리의 다트포드역 승강장. 기타를 맨 한 학생이 그를 바라본다. 그가 들고 있던 음반들 때문이다. "나는 한 손에 척 베리의 음반들을 들고 있었다. 바로 그때 초등학교 시절에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남자애가 내게 다가왔다... 바로 그가 믹 재거였다"
두 사람은 잠깐 동안 얘기를 나누었고, 다시 만날 약속을 했다. 다시 만나서 함께 연주를 해봤는데 별다른 노력 없이도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고, 이 경험은 그들에게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롤링스톤즈의 키스 리처드는 이렇게 믹 재거를 만났다.
"그저 너무나 평범하다고 느꼈어요. 지루했거든요. 늘 저를 위한 뭔가가 있다고 느꼈지만, 동시에 모두가 꿈을 꾸고 누구나 인생을 꿈처럼 살 수 있었죠.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이상한 일이에요. 그래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요.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요? 음악적인 기교 면에서요? 전 악보도 읽을 줄도 몰라요." -키스 리처드, <1963 발칙한 혁명> 중에서
1980년대 영국 콜체스터. 두 아이가 만난다. 그 나이대 아이들이 그렇듯, 상대를 놀리면서 둘은 가까워졌다. 너의 신발보다 내 것이 더 좋다는 장난이었는데 두 아이는 가까워지고, 같은 대학을 가고, 밴드 멤버들을 만난다. 블러의 보컬 데이먼 알반과 기타리스트 그레이엄 콕슨의 어린 시절이다. 블러 팬들의 상당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좋아한다. 그건 곧 '블러'라는 음악이고 두 친구를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말로 닿을 수 없는 기호가 있었고, 그대로 놓쳐버릴 수 없는 설렘이 있다. 그들은 바쁘다거나 하는 이유로 미루거나 모른 척하지 않고 그 순간에 부딪혔다. 자신을 던졌다. 얼마든지 스쳐 지나갈 수 있었지만, 하던 일을 멈추고 다가갔다. 그렇게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너'와 '나'로 다시 만나게 된다. 우리는 거리에 널린 체인점이 아니다.
악보를 볼 줄도 모르던 학생이 연주를 하고, 레코드가게 알바생도 밴드를 만든다. 신발 장난을 치던 아이들도 같이 노래를 부른다. 그들이 그렇게 자신을 던져버린 덕분에 우리는 오늘 이렇게 좋은 음악을 듣는다. 지루해 보이는 세상의 표면을 더 들어가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게 된다. 그 시작은 대단하거나 요란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알아주는 한 사람이면 되는 일. 비단 음악계에서의 일만은 아니다.
평범하다고도 느끼는 동시에, 특별하다고도 믿었다는 키스 리처드의 말. 우리는 누구나 그렇다. 다만 그런 만남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잊어버린 사람도 있다.
한 걸음만 더.
세계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있다.
blur의 coffee &TV는 희미해질 때면 한번 더 듣는 노래다.
So, we can start over again.
그래서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죠.
*blur - Coffee & TV
블러의 6집 앨범 <13> 수록곡. 이 뮤직비디오는 1999년 MTV 유럽 최고상을 받았다. 블러의 기타리스트 브레이엄 콕슨이 이 곡을 위한 뮤직비디오를 공모했고 이 스토리가 채택되었다. 그는 사회성이 약한 성격으로 많이 고민하는데, 한 때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기 위해 TV를 보고 커피를 마셨던 이야기를 곡으로 썼다.
누군가 이 뮤직비디오 댓글에 이렇게 적었다.
People need to make more music videos like this one, entertaining, weird, and thought provoking.
(사람들은 이상하고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뮤직비디오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