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죠
한낱 주부로서 잉여인간이 되고 싶지 않아 발버둥을 치다가 시작된 일. 비록 회사 취직은 아니지만 아이를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던 그 일. 처음엔 이제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아났다. 프리랜서 강사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던 첫날, 난 당혹스러움과 맞닥뜨렸다.
내가 나를 어떻게 홍보해야 하지?
아니 프리랜서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실 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도 잠시 프리랜서 일을 한 적은 있었지만 그것이 직업으로까지 연결된 정도는 아니었다. 취미의 영역에서 넘어가지 못한 일이었기도 했고 그걸 월급처럼 벌어보고 싶어 무리했다가 건강을 잃고서 다시 회사로 들어갔던 적이 있었으니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 일 년 남짓했던 프리랜서 시간이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회사의 의미 없는 부품이 되기 싫어 사직서를 던지고 나왔는데 막상 프리랜서가 되니 일감도 스스로 따야 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홍보해야 했었다. 물론 그 사이에서 많은 트러블이 생겼다. 나의 가장 큰 단점은 감당할 수 없는 트러블이 밀려오면 어느 순간 모든 걸 놓아 버린다는 것. 그때도 그렇게 모든 걸 놓아버리고 회사의 부품이 되는 것을 선택했었다.
내 멋대로 살아보려니 멋대로 사는 건 쉽지 않았다는 큰 깨달음을 얻고서 말이다.
아이를 낳고 주부가 되다 보니 육아하며 돈을 번다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회사를 다닌 다는 것도 이런저런 제약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주변에 도움하나 요청할 수 없는 독박육아 신세라서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주부들이 경력단절이 되는구나를 느끼며 그렇게 워킹맘을 부러워했던 나였다. 그런 나였는데 책이라는 걸로 프리랜서 강사가 되어 새롭게 인생의 2막을 시작하려니 왜 두려움이 앞서는 걸까?
내가 소통하는 몇 개의 채팅방에 조심스럽게 나의 새 시작을 알렸다. 너무 부끄러웠다. 이렇게 링크를 주는 거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까 봐 엔터를 눌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수십 번 고민했다. 두 눈 찔끔 감고서 모임안내링크를 전송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강사가 되어 모임을 두 개 열게 되었어요. 부끄럽지만 그동안 많이 준비했고 열심히 했던 터라 알려봅니다. 주변에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이 계시면 알려 주세요~
이게 뭐라고 내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채팅창에 나의 표정이 보이지도 않을 텐데 엔터를 누른 나의 손은 한없이 떨리고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으며 가슴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나를 홍보하지 않으면 누가 나의 모임을 알아서 등록한단 말인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힘들었던 시간이 헛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이 모임이 남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 모임의 등록을 유도하려면 어떻게든 미사여구를 넣어 좋게 보여야 했다.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문의에 하나하나 답하는 모습은 고객센터가 따로 없었다. 강사로의 나, 홍보부 부장으로서의 나 , 고객만족팀장으로서의 내가 제각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분주히 움직였던 하루였다.
주부로서 힘들다고 투덜거렸지만 막상 바깥을 나와보니 이건 야생이었다. 끊임없이 모르는 사람들과 부딪혀야 하고 나 자신을 계속 증명해 나가야 하는 일, 계속하기 위해선 남들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삶. 그것이 프리랜서의 삶이다. 힘들지만 또 내가 견뎌내고 이겨내야 하는 새로운 도전. 내가 막연히 부러워했던 다른 사람의 삶도 사실 이런 치열함을 딛고 일어선 결과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