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킹 오류

생각의 속도를 줄여야 하는 이유

by 담연

운전을 한지 이제 10년이 다 되어간다. 달리는 길만 주로 달리는 편이라 운전에는 자동화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같은 길을 반복적으로 지나던 중이었다. 사람들마다 같은 길을 참 다른 방식으로 운전을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지인 한 명은 최대한 빠르게 이리저리 차선을 바꿔가며 도로를 질주하는 스타일이라 했고, 나 같은 경우는 제일 차선 변경이 적은 코스를 계산해서 쉬엄쉬엄 양보해 가며 운전하는 편이다. 짧은 찰나의 운전 시간에도 한 사람의 날것 그대로의 성격이 고스란히 비친다.


여러 가지 운전 습관들 중 눈에 띄는 것 하나가 바로 브레이크를 잡는 방법이란 생각에 빠졌다. 단속 카메라가 있거나 앞에 차가 있을 경우에 저 멀리서부터 브레이크를 잡는 나 같은 사람들도 있고, 모험을 즐기듯 속도를 내다 근방에 와서야 브레이크를 잡는 경우도 왕왕 있다. 양 발로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는 괴상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고속도로에서 1km 앞에 단속 카메라가 있다고 할 경우, 나는 이미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특히나 1차선에서 달리고 있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달리기는 달려야겠고, 속도는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어정쩡하게 달리고 있다 백미러를 보면 뒤에 바짝 붙어온 차를 보게 되고, 그러면 급하게 2차선으로 차선을 바꿔주고야 만다. 그래서 아예 2차선으로 달려 버리는 경우도 많다. 겁이 많은 성격이라 그런 것 같다. 또 다른 지인에게 물어보니, 지인은 계속 달리다가 500미터가 남았을 때부터 감속을 시작한다고 했다. 그렇게 브레이킹에 나름의 기준이 있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이런 모든 복잡한 것들을 운전을 하는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왜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콜록하고 목에 걸릴 때가 있지 않은가. 그것처럼 브레이킹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보니 갑작스럽게 자동화되어있던 내 양 발의 브레이킹, 액셀 시스템이 무의식에서 의식 너머로 넘어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내 오른발이 지금 액셀을 잘 밟고 있는지, 반만 밟고 있는지를 계속 체크했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브레이크 페달 위치가 왜 그렇게 중앙에 있는지 계속 다리에 힘이 들어가서 환장할 지경이었다. 약 한 시간 정도를 계속해서 운전을 해야 할 거리였고 이 색다른 어색함에 놀라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해졌다.


그렇게 약 한 시간 정도를 불안감에 떨어가며 운전을 했다. 생각의 고리를 끊을 수가 없어서 계속해서 오른발의 위치와 브레이크의 타이밍을 신경 써야만 했고 전후방을 제대로 주시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진 채로 도로를 달리면서 깨닫게 되었다. 너무 많은 생각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음을 말이다. 운전은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하는 행동 중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과도하게 생각을 하며 괜스레 자동화된 시스템을 깨뜨리고 불안감을 키우고 말았다.


그 이후로 나는 운전을 할 때 '과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맘을 먹었다. 일상에서 하는 다른 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적절한 숙고는 긴장감을 주기에 좋지만 과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고유의 리듬감을 해치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미래의 진로에 관한 걱정들이나 과거의 착오에 관한 자책들도 괜히 깊이 생각해 봤자 더 많은 불안감만 불러 일으키고 말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머리를 싸매고 사색하고 고민하기보단, 조금은 빈틈이 생기게 두려고 한다. 삶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 두고, 약간은 모지란 팔푼이가 되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조금 더 여유롭고 자유롭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버렸다. 순간들을 즐기면 불안감은 자연스럽게 덜어지고 , 내 인생도 자연스럽게 안정적으로 변해 갈 것이다. 마치 브레이크를 천천히, 자연스럽게 밟아야 제대로 멈출 수 있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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