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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죽도록 싫은 너에게

아들을 보며 떠오른 제목 

아들을 보니 저런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아들은 고등학생인데 말이죠.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 공부가 싫다니요. 아 물론 싫죠. 그건 이해합니다. 아니 싫어도 하긴 해야 할 텐데. 아이의 표정은 정말 죽. 도. 록. 싫은 표정입니다. 저는 티안내게 고민이 가득해집니다.


저에게는 아이가 둘 있습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저는 젊었을 때부터 아이들 공부나 좋은 대학 진학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야 할까. 아이들이 힘들다고 하면 안 해도 괜찮다는 좋은 엄마 코스프레가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2015년 무자본 창업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월 천만 원씩, 월 억씩 버는 사업가분들을 뵈니 꼭 대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성공하신 분들 중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꽤 많았고, 저도 그런 생각에 물들어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저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아이들이 마음껏 노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어릴 때부터 힘들게 공부시키는 것이 절대 온당하지 않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설 학원에도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예체능 위주의 학원은 보냈지만 초등학교 때 공부를 위한 학원은 거의 보내지 않았어요. 


제가 학교에 있다 보니 공부에 찌든 아이들을 볼 때면 안쓰럽기도 하고, 시험이 인생의 전부인 양 울고 웃는 게 왠지 아이들을 혹사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했더랍니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학벌에 목숨을 거는 걸까. 스카이 캐슬, 대치동으로의 이사 등 저는 그럴 생각도 동의도 하지 않는 것들이었죠. 과거의 제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고 계신 분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는 거 아시죠? 지금 저는 제 과거를 반성하는 중이거든요.    


그러나 문제는 중학교 때부터 옵니다. 아니 그 신호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공부에 대한 동기도 별로 없다 보니 아이들이 어느 때부턴가 공부의 흐름을 놓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초등학교 공부는 시험기간에 바짝 시켜서 나쁘지 않았지만, 수학과목에서는 점점 뒤처지고 못 따라가는 게 티가 났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저는 제가 끼고 가르치는 우를 범했어요. 결국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저도 제가 직접 가르치는 것이 힘드니 하다 말다..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동기부여는 많이 해줬지만, 공부가 어디 동기부여 몇 번 알려준다고 되는 건가요?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는 상태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다른 집 애들은 공부 그만하고 자라~하는 집(저희 오빠 이야기예요. 맨날 공부만 하니 좀 자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셨습니다. 그래서 서울대 갔음.)도 있던데 어찌 된 일이지?  


그래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은 살아가는 방법이 다양한데 공부 좀 못하는 게 대수냐. 걱정되는 마음을 굳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던 것도 같습니다. 공부 못해도 사는 방법은 다양한 거 맞습니다. 공부 못해도 충분히 괜찮죠. 그러나 제가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는 그게 괜찮지가 않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아이들은 나름 학교 생활을 즐겁게 잘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못하는 스트레스만큼 큰 상처도 드물다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학교만 비난을 했지요. 지금 생각하니 아찔하네요. 제 첫 수필 '수업하기 싫은 교사'를 보면 여실히 그 마음이 녹아져 있습니다. 물론 학교의 문제도 있지만, 저는 제 아이들을 더 단련할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이미 아이를 다 키우고 나서 각성하게 되었습니다. 노는 것도 좋지만, 반드시 매일 해야 하는 공부에 대한 학습습관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을요. 학년이 올라가면서 필요하면 공부 습관은 저절로 잡히겠지라는 막연하고 어이없는 판단을 했던 겁니다.  


제가 아이를 끼고 가르치다 보니 저도 힘들어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직장에 다니니 저도 저녁엔 쉬고 싶었고, 아이가 스스로 습관을 만들어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지 못했던 겁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이 얼마나 많은 비판을 받습니까. 저도 핏대 세우며 비판만 하던 학부모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스러운 행동이었어요.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는 것도 커다란 재앙임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공부 좀 못하면 어때? 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제가 걱정인 것은 무언가를 배우는 자세가 몸에 베이지 못했다는 겁니다. 배우는 자세야 말로 정말 중요한 태도입니다. 끈기 없는 아이. 해야 돼, 해야 돼는 알지만 폰만 보고 있는 아이. 저는 바라볼수록 절망스러웠고,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되나 그 고민만 했습니다. 정말 많은 공부 관련 책, 동기부여 영상, 저도 보는 대로 아이들에게 공유해 주었지만, 이미 머리가 큰 아이들은 경각심은 있어도 행동으로 잘 옮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늦은 때란 없습니다. 

저는 지금도 포기하지 않았고, 어렸을 때 했으면 더 좋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여전히 저는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옆에서 돕습니다. 큰 아이는 학교 적응과 공부에 대해 큰 걱정을 했었는데 지금은 대학도 다니고 있고, 하고 싶은 일이 확실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살고 있습니다. 저는 좋은 학벌보다 이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고등학생인 둘째.

이 아이는 꿈이 큰데 노력을 안 합니다. 잔소리도 소용없죠. 그래도 전 포기하지 않습니다. 성적자체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공부의 재미,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 주고, 엉덩이 힘을 좀 키워주고 싶습니다. 성적을 올리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곧 고3... 덕분에 저는 맘 편한 고 3 엄마가 될 예정입니다.


공부하는 이유에 대한 글을 연재할 생각입니다. 그 이유가 납득이 돼야 실천에 옮기기 쉬울 테니까요. 내가 하는 이 공부가 왜 나에게 필요한가. 나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가. 각자의 가치에 따라 이유는 천가지도 되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이유들을 좀 모아볼 생각입니다. 저는 이 글을 오직 제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씁니다. 물론 읽어주시는 분들께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공부 습관을 어떻게 들이느냐, 공부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느냐입니다. 저는 나이 먹고도 습관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마인드도 배움을 통하여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공부하는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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