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며칠 동안 서리태콩 싹이나 내면서 텃밭 생활은 쉬겠습니다. 감자전이나 해 먹을까요?
비가 그친 뒤에도 적어도 2,3일은 주말농장이 완전 진창입니다. 아무리 식물들이 궁금해도, 아무리 장화를 신는다고 해도, 텃밭으로 질퍽이는 진흙탕을 걸어서 들어가기는 쫌... 저의 텃밭 사랑은 딱 요만큼입니다.
이번 주에 비가 온다기에 지난 금요일에 가서 상추와 고수와 쑥갓을 수확할 건 하고 일부는 뽑았습니다. 잡초 정리도 하고요.
고수는 하늘거리는 외모와 달리 뿌리가 어마무시하게 크고 길더군요. 뿌리가 맛있더라고 들었다고 댓글에서 베리티님이 알려주셨는데,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서 망설였습니다. 좋다니 버릴 수야 있나. 그래서 채수를 내기로 했습니다. 고수 냄새가 또 한 번 진동을 하겠군요. 아파트 주민들의 항의가 들어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텃밭 작물들은 비가 오는 이 시기가 큰 시련이겠지요? 잎채소들은 녹아버릴 위험이 있고 열매들도 자칫하면 떨어지거나 썩을 겁니다. 빗물에 흙이 튀어서 잎에 병이 나기도 합니다. 작년에는 유기농 약들을 이것저것 써봤는데, 방법이 맞지 않았는지 약이 별로였는지 별 효과를 보진 못했어요. 올해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작물이 튼튼하면 이겨낼 거야! 그래서 퇴비와 비료를 신경 써서 주고 있습니다. 작년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는 두고 보면 알겠죠.
그러고 보면 여름은 식물에게 마냥 축복의 계절인 것만은 아니네요. 사람도 식물도 이 물과 바람의 시험을 건강히 잘 통과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