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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프링버드 Aug 06. 2024

옥수수가 자란다


여름은 옥수수의 계절입니다. 옥수수 파종 시기는 4월 중순부터 시작해 7월 중순까지인데, 파종 시기가 길기 때문에 일주일 이상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심게 되면 옥수수가 익을 때마다 수확해서 갓 딴 싱싱한 옥수수를 먹을 수 있습니다. 옥수수는 갓 수확한 것이 제일 맛있다네요.  


저는 4월 말부터 시차를 두고 세 차례 나눠 심었어요. 지금이 8월 초, 세 달이 넘었네요. 옥수수는 아직 익지 않았습니다. 수꽃이 피었고 암꽃은 옥수수 수염이 보이는 바로 그 자리입니다. 보시면, 옥수수가 아름다운 금발 머리를 드리우고 있지요.


옥수수는 줄기가 튼실합니다. 수확이 끝나고 옥수수를 뽑아내려고 하면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뿌리를 땅에 깊이 박고 있기 때문이에요.



옥수수가 자라는 밭은 보기가 좋습니다. 그 밭의 옥수수가 익으면 밭 주인은 끓는 물에 옥수수를 삶고 그러면 구수한 옥수수 냄새가 온 집에 퍼질 겁니다. 그 집에는 옥수수를 베어 물고 활짝 웃는 아이들이 자라고 있을 거예요. 텃밭에서 자라는 옥수수를 보면 저는 이상하게도 이런 이야기가 연상됩니다.  

옥수수는 그 자체로 고소하고 달콤하지만, '옛맛'이라고 부를 만한 정감 어린 맛도 있는 것 같아요. 미각으로는 설명 안 되는 정서적인 맛이지요.




옥수수는 아직 더벅머리지만 이윽고...

굽슬굽슬한 아름다운 금발을 늘어뜨리게 됩니다. 그리고 금발은 다시 고동색으로 변하게 되지요. 색이 아주 짙어지면 옥수수가 익었다는 표시입니다.  


옥사모(옥수수를 사랑하는 모임)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소속돼 있는 것 같네요. 초록 속에 초록이 숨어있어서 잘 봐야 합니다.


이 거미는 빛나는 황금색 몸체를 자랑하며 느긋하게 거미줄을 치고 있습니다.



옥수수가 익어가는 여름의 절정기.

자연은 사람 사회와는 다른 리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고달픈 월요일도 없고 눈 빠지게 기다리는 금요일 퇴근시간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언제나 좋은 시절이기만 한 건 아닐 테지만, 메뚜기나 거미나 옥수수처럼 아주 단순하게 살아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올해 토마토 농사가 별로입니다. 껍질이 터지고, 벌레가 먹고, 상처가 생겼어요. 그렇긴 해도 토마토를 딸 때 풍기는 향이 참 좋습니다.



"콩밭 매는 아낙네야~~"를 흥얼거리며 콩밭을 매고...  


새로 파종한 바질 새싹도 확인하고...



작년 늦가을에 심었던 달래파의 생존에 깜짝 놀라고... 아직도 이렇게 가느다랄 수 있다는 사실에 더 깜짝 놀라고...


이랑 반쪽을 부드럽게 매 준 뒤에 야심 차게 쪽파 종구를 심었습니다.



봄에 심은 로즈메리와 라벤더를 쓱 한번 쓸어주면 향이 확 퍼집니다. 고기 구워 먹을 때 프라이팬에 가지 몇 개를 같이 넣어주면 향이 배어든다는데, 전 그것보다 밭일을 할 때 풍기는 허브 향기가 참 좋더라고요.



이제 한동안 기온은 팔팔 끓을 예정이라는데 식물들도 사람들도 무사히 이 고비를 잘 통과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대문 사진은 (다른 텃밭의) 땅콩 꽃입니다^^



이번주의 텃밭 기록을 합니다:

8월 1일: 비트, 당근, 열무, 쪽파를 파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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