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옥수수의 계절입니다. 옥수수 파종 시기는 4월 중순부터 시작해 7월 중순까지인데, 파종 시기가 길기 때문에 일주일 이상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심게 되면 옥수수가 익을 때마다 수확해서 갓 딴 싱싱한 옥수수를 먹을 수 있습니다. 옥수수는 갓 수확한 것이 제일 맛있다네요.
저는 4월 말부터 시차를 두고 세 차례 나눠 심었어요. 지금이 8월 초, 세 달이 넘었네요. 옥수수는 아직 익지 않았습니다. 수꽃이 피었고 암꽃은 옥수수 수염이 보이는 바로 그 자리입니다. 보시면, 옥수수가 아름다운 금발 머리를 드리우고 있지요.
옥수수는 줄기가 튼실합니다. 수확이 끝나고 옥수수를 뽑아내려고 하면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뿌리를 땅에 깊이 박고 있기 때문이에요.
옥수수가 자라는 밭은 보기가 좋습니다. 그 밭의 옥수수가 익으면 밭 주인은 끓는 물에 옥수수를 삶고 그러면 구수한 옥수수 냄새가 온 집에 퍼질 겁니다. 그 집에는 옥수수를 베어 물고 활짝 웃는 아이들이 자라고 있을 거예요. 텃밭에서 자라는 옥수수를 보면 저는 이상하게도 이런 이야기가 연상됩니다.
옥수수는 그 자체로 고소하고 달콤하지만, '옛맛'이라고 부를 만한 정감 어린 맛도 있는 것 같아요. 미각으로는 설명 안 되는 정서적인 맛이지요.
옥수수는 아직 더벅머리지만 이윽고...
굽슬굽슬한 아름다운 금발을 늘어뜨리게 됩니다. 그리고 금발은 다시 고동색으로 변하게 되지요. 색이 아주 짙어지면 옥수수가 익었다는 표시입니다.
옥사모(옥수수를 사랑하는 모임)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소속돼 있는 것 같네요. 초록 속에 초록이 숨어있어서 잘 봐야 합니다.
이 거미는 빛나는 황금색 몸체를 자랑하며 느긋하게 거미줄을 치고 있습니다.
옥수수가 익어가는 여름의 절정기.
자연은 사람 사회와는 다른 리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고달픈 월요일도 없고 눈 빠지게 기다리는 금요일 퇴근시간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언제나 좋은 시절이기만 한 건 아닐 테지만, 메뚜기나 거미나 옥수수처럼 아주 단순하게 살아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올해 토마토 농사가 별로입니다. 껍질이 터지고, 벌레가 먹고, 상처가 생겼어요. 그렇긴 해도 토마토를 딸 때 풍기는 향이 참 좋습니다.
"콩밭 매는 아낙네야~~"를 흥얼거리며 콩밭을 매고...
새로 파종한 바질 새싹도 확인하고...
작년 늦가을에 심었던 달래파의 생존에 깜짝 놀라고... 아직도 이렇게 가느다랄 수 있다는 사실에 더 깜짝 놀라고...
이랑 반쪽을 부드럽게 매 준 뒤에 야심 차게 쪽파 종구를 심었습니다.
봄에 심은 로즈메리와 라벤더를 쓱 한번 쓸어주면 향이 확 퍼집니다. 고기 구워 먹을 때 프라이팬에 가지 몇 개를 같이 넣어주면 향이 배어든다는데, 전 그것보다 밭일을 할 때 풍기는 허브 향기가 참 좋더라고요.
이제 한동안 기온은 팔팔 끓을 예정이라는데 식물들도 사람들도 무사히 이 고비를 잘 통과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대문 사진은 (다른 텃밭의) 땅콩 꽃입니다^^
이번주의 텃밭 기록을 합니다:
8월 1일: 비트, 당근, 열무, 쪽파를 파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