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없는 장미, 이젠 꽃피울 수 있기를.
동생 보기를....(빨간색 하트 큰것하나, 작은 것 하나)
학교에서 돌아와 비워진 우편함을 흘낏 바라본채 에르베이터에 힘없이 몸을 실는 너의 모습을 연상하며 이 글을 띄운다.
가을로 들어서자 마자 누구보다 먼저 감기를 독하게 맞은 탓에 이제는 강철같은 면역성을 지니게 됬기에 남은 것은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이겠지. 언니도 아니나 다를까 돌아오자 마자 호되게 정신과 몸을 앓아야 했다. 이곳 날씨도 생각했던것보다 기온이 낮았고, 태풍21호가 화려하게(?) 나를 반겨 주어 덕분에 우울한 Blue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오늘은 2학기 처음으로 수업에 참석, 클래스의 女の子와 三富先生, 內山君등 몇몇의 지인들을 만나고 나니 처음으로 기분이 밝아지는 기분이다. 역시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일까? 새삼스럽게 느껴본다.
돌아와서의 감상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었겠지만 일본은 한국보다 소음이 적다는 것이야. 불가피한 소리이외의 것은 극적으로 피하는 듯. 필요이하의 잡음들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만약 내가 보았던 자갈치 시장의 한 아주머니가 이곳에 와 한번 소리를 지른다면 일본전역이 폭싹 내려앉으며, 일대 피니크가 일어날 것 같은 상상을 하며 혼자 웃어보았기까지 했다. 그 적적함이 심히 며칠동안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기도 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테지, 라고 생각해 본다.
오늘 학교에서 돌아오니 おしさん의 녹음 전화가 들어와 있었다. なごや에 계시다는 것과 별 말씀없었지만 다시 연락이 오겠지. 헤르만 헤세의 수채화전에서 산 내가 아끼는 엽서를 보낸다. 그의 50세 모습이다. 苦惱에 의해 맑게 닦이어진 中年의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럼 또 연락할게.
1996.10.2.
언니가. 너를 무척 사랑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