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순기능
거의 보름 넘게 운동을 가지 못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가족 해외여행이 잡혀 있었고, 다녀와서 설 연휴가 바로 시작됐다. 연휴 동안 장염에 시달렸던지라 토요일 수업을 예약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운동을 가면서 너무 많이 쉬어서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다. 다행히도 몸은 꾸준히 운동하던 느낌을 기억하는 듯했다. 추운 겨울이라 땀은 살짝 올라오는 정도였지만, 오랜만에 하는 운동은 그동안 굳었던 몸을 풀어주기에 개운했다.
매주 토요일 정오에 다음 주 운동 스케줄을 잡을 수 있다. 외출을 위해 준비를 하는 동안 정오가 지나버렸고, 내가 원하는 시간대는 예약이 꽉 차버렸다. 예약대기를 해뒀더니 주말이 지나면서 고마운 분들이 취소하는 바람에 수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예약대기를 비롯해, 선택할 수 있는 시간대가 다양한 점이 참 마음에 든다.
오늘은 새로 생긴 타임인 30분에 시작하는 반에 들어갔다. 정각에 시작하는 반이 2개씩 있는 날이라 30분 반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선택한 이유는 '거북목 교정'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서다. 작년 필라테스를 처음 시작할 때 강사님이 내 체형을 분석해 준 결과지에 거북목 진행이 있었다. 완전한 거북목은 아니지만 거의 5% 남겨둔 거북목이라고....(그럼 그냥 거북목 아닌가요 ㅋㅋ)
등 근육을 많이 사용하고 목 앞쪽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위주로 진행했다. 아무래도 목을 드는 동작을 할 때 많이 어렵다. 쉽게 목 뒷부분이 아파온다. 머리가 무거워서,라는 핑계를 대고 살았는데 그것도 이유겠지만 목 근육 전체가 약한 것도 복합적인 이유일테다.
다른 날보다 운동 강도는 약하다고 생각됐다. 그럼에도 운동 중에 힘든 부분이 많았고, 자세가 흐트러지기도 했다. 약간의 차이이지만 동작을 할 때 강사님이 골반의 높이를 맞춰준다던지, 상체를 조금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운동의 질이 달라진다. 이 점이 홈트와 가장 큰 차이며 돈을 지불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다른 운동을 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지만, 오늘은 조금 더 특별하다. 구부정하게 땅을 보면서 걷거나, 핸드폰을 보면서 걷지 않는다. 위풍당당한 자세로 걷는다. 어깨를 펴고 등에 힘을 준다. 한 시간 동안 등에 힘 주기를 많이 했으니 걸을 때도 그렇게 걸어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걷진 않는다. 자연스럽게 몸이 펴지는 거다. 이렇게 운동을 하고 키를 재어보면 확실히 1센티라도 자라 있지 않을까,라는 약간의 희망을 갖기도 한다. 구부러진 체형으로 생활할 때 키를 잰 것과 이렇게 등에 힘을 주고 펴는 운동을 하면서 키를 재는 것은 차이가 있을 거라며 키가 더 자라지 않는 나이가 된 지금도 165센티를 희망하고 있다.
땅을 보고 걷지 않을 땐 주변의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도시 한가운데 아름다울 것이라고 없어 보이는 삭막한 풍경이지만, 지나가는 사람을 관찰하고 흘러가는 구름을 보게 된다. 마주치는 자전거나 차량과 부딪힐 위험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비록 거북목이 원래대로 돌아오긴 힘들겠지만, 등에 힘을 주고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걸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남아있는 수강권을 알차게 쓰면서 삶도 알차게 살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