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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Z맘 Apr 12. 2024

엄마! 나 복숭아 같다. 다음에 또 자를래.

너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매일 아침마다 머리 묶는데 지친 나는 아이를 꼬셨다.

“ㅇㅇ아~ 엄마 머리 자르니까 어때?”

“예뻐.”

그럼 엄마처럼 ㅇㅇ이도 머리 자를래? 거기 키즈카페도 있대!”

“응, 엄마처럼 자를래.”


그렇게 나의 계획대로 미용실로 향했고 아이는 머리를 자르게 되었다.

가운을 두르고 얌전하게 앉아 있는 아이는 정말 귀여웠다.


“어떻게 자를까요?”라고 디자이너분이 물어보셨다.

“똑단발로 잘라주세요, 안 묶어도 되게요.”

말하고 보니 나 편하자고 너무 확 자르나 싶었다.

그래도 아침마다 아이랑 머리 묶는다고 씨름 안 해도 되니 아이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머리카락이 댕강댕강 잘려나갈수록 귀엽긴 한대, 못난이 인형의 모습이 보였다.

혹여나 이상하다고 울면 어떡하지 살짝 걱정도 되었다.


그래서 더 목소리를 높여 밝게 “ㅇㅇ아 봐봐, 머리 자르니까 너무 귀엽지?”

그랬더니 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응 엄마! 나 복숭아 같다. 다음에 또 자를래.”라고 했다.


너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했다.


아이의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쯤, 엄마와 함께 미용실에 가서 똑단발로 자르고선

“엄마 때문에 망했어! 다음부터는 절대 안 자를 거야!”라고 하고선

며칠 동안 삐져 있던 것이 생각났다.


지금 생각하면 엄마인 게 무슨 죄인지.

머리 그까짓 거 조금 시간 지나면 자라는 거.

난 왜 엄마에게 그렇게까지 이야기했을까.


지금 내 아이에게 내가 온 세상이고, 온 우주인 것처럼

나에게도 어릴 때 우리 엄마가 그런 존재였을 텐데.


내 세상의 전부, 온 우주였던 엄마가 언제쯤부터 나에게서 작아졌을까.


아이가 얼른얼른 컸으면 하다가

문득 아이가 천천히 컸으면,

자신에게서 나라는 세상을 천천히 축소했으면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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