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통증이다. 오늘은 하체 운동과 팔운동을 했다. 하체가 흔들린다. 팔은 또 어떤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령무게는 3kg밖에 되지 않는데 이렇듯 고통을 선사한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고개를 돌려 남편을 본다. 남편은 힘든 무게와 싸우며 땀을 쏟아내고 있었다. 저 정도는 해야 줘야 양심적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지만 체격과 체력이 다르기에 무게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운동을 하는 동안 물 1000ml를 마시며 부족한 수분을 채웠다. 근력과 유산소가 끝나고 나면 1시간 반이 지난다. 집으로 돌아가며 오늘의 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은 무릎이 유난히 아팠어요. 정확한 동작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잠시 딴생각을 하면 다른 부위에 힘이 들어가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거 있죠. 단순한 동작을 집중력 있게 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그것이 당신만의 문제일까. 나도 마찬가지야. 트레이너는 무게를 올리지 나는 죽을 것 같지 근데 신기한 것은 죽지 않고 또 그 무게를 해낸다는 사실이야. 분명 못할 것 같았는데 사람의 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비싼 돈을 내면서 PT 받는 거겠죠. 혼자 할 때처럼 한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잘못된 방법으로 할 수 있으니깐요. 익숙해 지기까지는 나를 제대로 보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우리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서로의 땀냄새가 바람을 타고 코끝을 지나간다. 오늘도 해냈다는 기쁨에 서로의 얼굴을 보며 환한 미소를 보내본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잠들기 전 우리만의 의식이 하나 생겼다. 바로 파스 붙여주기다.
"오른쪽 어깨 좀 붙여줄래요?"
"시작할 때 어깨를 내리고 해야 하는데...... 긴장 많이 했나 보네요."
"내 딴에는 힘을 뺀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또 힘이 들어가요. 의욕이 앞선다고나 할까. 몸은 어찌나 정확한지 잘못된 동작을 하면 바로 통증으로 알려준다니깐요. 내일은 힘을 더 빼려고 신경 써야겠어요."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어깨에 파스를 붙여주며 자기성찰을 했다.
"이번에 산 파스는 뗄 때 덜 아프다며 트레이너가 추천해 줬어요. 사용해 보고 후기 얘기해 줘요."
파스향이 방안에 가득하다. 생각지도 않은 친구와 함께 생활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상하게 파스를 붙이면 운동을 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돌이켜보니 운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수월한 적이 없었다. 골프를 하면서는 엘보로 고생을 했고, 수영을 하면서는 다리에 힘이 빠지지 않아 한 번씩쥐가 났다. 달리기를 하면서는 무릎이 아팠다. 헬스는 온몸이 다 아프다. 그런데도 행복한 것은 뭘까. 아마도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근육이 붙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은 끊임없이 반복했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단단해진 결과다.
운동을 하고 파스를 붙이고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보면 그렇게 편안할 수 없다. 눈을 감고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바다 위에 힘을 빼고 누워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나를 포근히 감싸주는 느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