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손을 잡고 간다.
그런 관계가 있다.
어느 누구도 희망찬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그런 관계가 있다.
안 될 거라고,
끝이 뻔하다고.
더 이상 아름다운 결말을 기대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그런 절망스럽고 희뿌연 관계가 있기도 하다.
혹자는
결말이 좋지 않을 바에,
어차피 헤어질 바에,
어차피 예견된 헤어짐으로 인해 마음 아파할 바에
그 관계를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겠노라고 이야기를 한다.
허나.
나는 그 강을 건너기를 선택한다.
남들이 보기에 무모해 보이기도, 무지해 보이기도 하겠지만
그저.
나중에 어떻게 될지언정.
지금 이 순간만을 바라보며
그렇게 한 단계씩 나아가는 것뿐이다.
그것밖에는 할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현재는
그 관계에서 무엇을 더 기대하고 희망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모두가 시작을 만류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해 보기는 하나보다.
우리의 관계가 조금씩 달라지기를 바라는 그 작은 기대.
'상담자로서 살아가는 삶'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