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릭 시버스, 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법 중에서
한때 유행에 편승해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한 적이 있었다. 원래 나는 모든 걸 뒤죽박죽 늘어놓고 살았다. 서랍엔 안 쓰는 물건을 처박아 놓고, 화장대와 책상 위에는 수시로 사용하는 모든 것이 어지럽게 섞여 뒹굴었다. 침대 위에 노트북과 다이어리와 책과 필기구들을 어지럽혀 놓고 한쪽에 웅크려서 잠들었다. 나는 도서관 열람실에 있는 커다란 책상을 갖고 싶었다. 이쪽에서는 글을 쓰다가 옆자리로 옮겨서 그림을 그리다가 반대편으로 가면 레고조립을 할 수 있는 거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이것을 이제 겨우 시작했나 하면 저것에 관심이 갔다. 방안에는 방치된 우쿨렐레, 바느질하다 만 자수용품, 스케치북과 그림용품들 따위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정리에 소질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도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 제대로 해놓은 것도 없이 이것저것 널려 있는 모든 것들이 눈에 들어오면, 나라는 인간은 왜 이럴까 싶어 시무룩해지는 것이었다.
일본의 미니멀라이프 연구회에서 쓴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살고 싶다."라는 제목의 책을 읽은 후에 ‘바로 이거야!’ 싶었다. 우선은 서랍과 옷장을 열어 일상용품들을 대거 정리했다. 조금 간소해진 환경을 만들어놓은 후에, 재밌지 않을까 싶어서 사놓고 쓰지도 버리지도 않는 나의 취향과 취미용품들을 정리하자고 생각했다.
만약 “그건 당연히 예스지! 너무 끝내주는 기회야!”라고 느껴지지 않는 일에는 무조건 ‘노’라고 하라. … 어렵지 않은 결정이다. 거의 모든 것에 ‘노’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시간도 많아지고 머릿속도 맑아지기 시작한다. 거의 모든 것을 거절하라. 거의 아무것도 하지 마라. 단, 뭔가를 하게 된다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제대로 해라.
미니멀라이프는 단지 물건을 버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건은 생활을 반영한다. 물건이 어지럽혀져 있다면 생활이 어지럽혀져 있는 것이다. 나는 궁극적으로 어지러운 생활을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성공하지는 못했다. 다행인 점은, 청소와 정리력은 조금 상승했다는 점이다.
최근에 내 플래너에는 디지털파일 제작, 브런치 글쓰기, 유튜브 영상 만들기, 사진과 그림 스톡과 같은 자질구레한 부업 시도들이 있었다. 거기에 더해 주식투자공부도 하고 싶고, 영어공부도 계속해야 할 것 같고, 방송대에서 공부할 과목들도 고민했다. 조금 더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다른 계획들을 놓지 못하고 부족한 시간을 한탄만 하고 있었다. 심지어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해 놓고, 면접도 보고 왔다가 보기 좋게 떨어졌다.
이렇게 갈피를 못 잡는 마음은 언제쯤 정리가 될까 혼란스러워질 때쯤 데릭 시버스의 ‘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법’이라는 책을 읽었다. 다양한 조언들 중에서 나에게 남은 말은 ‘그럭저럭 좋은 것들에 빠져 위대한 것을 놓치지 마라 ‘라는 편에 실린 문장이었다. 이 문장이야 말로, 마음의 미니멀라이프를 실현해 줄 말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물건만 남기고 버린다는 미니멀리스트의 말과도 통한다.
내 상상 속 도서관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그 모든 것들은 실은 ‘그럭저럭 좋은 것들’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들도 돌아보면 그럭저럭 좋은 기회들이었다. 나는 국제개발협력 단체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아이들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기도 하고, 웹자보와 현수막 디자인을 돈받고 만들어 주기도 하고, 통역을 하러 다니기도 했다. 대학교 학부와 석사 공부도 모두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아서 꾸역꾸역 마쳤다. 그러면서 정작 좋아하는 글쓰기는 하지도 못했다.
“너무 끝내주는 일이야!”.라고 느낄만한 것이, 내 인생에 있기나 했던가?
좋은 게 많은 나 같은 사람에게, ‘좋아하는 일’이라는 건 너무 모호한 말이었던 것 같다. 그중에서 ‘끝내주는 일’에 집중했어야 했다. 왜 모든 것을 쥐고 놓지 못했는지도 이제는 알겠다. 스스로 ‘나의 끝내주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진짜 마음속 비우기를 시작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