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을 왜 하는겨
매년 새로 산 다이어리 맨 첫 장에 이번 연도 나의 슬로건을 적었다. 그리고 목표를 적었다. 그놈의 살 빼기는 늘 첫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책 30권 읽기라든가, 승진이라든가 하는 것이 쓰여 있었다. 그것을 2022년에는 하지 않았다. 살은 빠지지 않았고 책도 읽기 귀찮았으며 퇴사가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퇴사를 했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퇴사가 목표이지 않은 때가 있었나 싶다.
나는 열심히 일하는 실력 있다고 인정받는 직원이었으나 그 열심은 만만함으로 어필되고, 내가 조금 손해 보자는 나의 마인드는 일하는 만큼 주지 않아도 싫은 소리 하지 않는 직원이 되어 있었다. 언제 어디서 불러도 일하러 달려오는 사람. 자신에게 쌓인 악감정을 모두 쏱아내도 받아줄 사람. 결국 부당한 대우를 더 이상 참아낼 수 없어서 퇴사를 했다.
쉰다는 것은 퍽 힘든 일이다. 만만치 않다. 늘 시간 단위로 스케줄을 짜서 움직이던 버릇이 있어서 일을 그만둔 지금도 오늘 할 일이 빼곡하다. 창틀을 닦고 창문을 닦고 만보를 걷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고구마 말랭이며 구운 계란을 만들다가-아니 누가 뭐라고 하나 왜 이렇게 개떡같이 쉬고 있는가. 나를 탓하다가 깨닫는다. 이것이 내가 쉬는 방법이라고. 우울해하지 말라고. 하루를 5시에 시작하는 것이 뭐가 어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