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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Mar 23. 2023

봄, 꽃 파티 시작

봄비가 내리는 소리

봄비가 내린다.

이제 막 몽오리 지기 시작한 꽃나무들에게 마지막 꽃망울을 터뜨릴 힘을 안겨줄 축복의 비가 내린다.

이 비가 그치면 들판은 꽃잔치가 시작되겠지.


고딩 때 벚꽃을 보겠다던 녀석은 유명 벚꽃길을 찾아 버스를 탔으나 어디서 내려야 할지 몰라 창밖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이쯤인가 싶어 내렸단다. 뒤이어 여섯 명이나 따라 내리더란다. 맞구나 싶어서 벚꽃을 찾아 걸어가는데 그들이 졸졸졸 따라오더란다. 그러다 벚꽃 없는 길에서 길을 잃었단다. 모두 함께.


난감했겠으나 그 이야기를 듣고 날리는 벚꽃잎처럼 까르르 웃고 말았다. 리더를 잘못 선택한 어린 영혼들의 난분분함이 귀엽다.

봄길에 길을 잠시 잃는 건 괜찮다. 잃어도 꽃길일 테니, 길을 잃는다면 봄이 좋겠다.


이제 꽃파티 시작이다.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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