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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덕골 이선생 Dec 27. 2023

어둠을 지나야 새벽이 온다

<반지의 제왕> & <호빗>


[ 출처: 네이버 ]


초월적 세계에 대한 탐미


우리는 존재 유한성과 불명확성을 극복하기 위해 신화나 종교 등에 의지해 왔다. 영화, 요정, 신은 설화나 신화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들로, 인간의 유약함이나 나태함을 초월한다는 데에 공통점이 있다. 부처나  예수 또한 다르지 않다. 신으로 추대되는 그들은 인간의 한계성을 이겨낸 영웅이자 스승, 불안과 공포를 해결할 버팀목이었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는 을 남긴 이후로도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은 지속되었지만, ‘신의 존재’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치부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간은 현현할 수 없는 초월적 존재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얻었. 최근 켄 윌버의 자아초월심리학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초월적 의식을 위한 명상이나 수련 등에 관심이 높아졌다. 맹목적 믿음이 아닌 온전히 절정 체험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도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철학, 심리학, 종교 등의 정보나 신뢰가 없다면 어떨까. 초월적 세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우회로를 찾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 체험극 등의 예술을 통해 초월적 세계를 간접 경험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중 소재의 다양성과 기술적 향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영화라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가 상상했던 초월적 세계를 시각 예술재현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과 <호빗>은 존 로널드 루엘 톨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각 3편씩 총 6편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2001)>를 시작으로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2002)>,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2003)>, <호빗: 뜻밖의 여정(2012)>, <호빗: 스마우그의 폐해 (2013)>, <호빗: 다섯 군대 전투 (2014)>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피터 잭슨은 이 영화로 각종 영화제 수상 경력은 물론이요, 엄청난 흥행 수입을 벌어들였다. 뉴질랜드의 청정한 자연환경을 소개하였고, 호빗 마을 '마타마타 호비튼'이라는 관광 상품의 모티브가 되면 세계인의 관심을 이끌었다. 게다가 3대 판타지 소설가로 손꼽히는 존 로널드 루엘 톨킨(1892-1973)을 재평가할 계기를 마련했다.


먼저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암흑 군주 사우론이 만든 절대 반지를 중심으로 한 인간족과 호빗, 요정, 오크의 갈등을 그린 이야기이다. 절대 반지를 없애기 위해 프로도가 겪는 모험으로. 선과 악의 대립, 종족 간의 협동을 통해 우정과 사랑을 운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특히 '프로도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는 데에 기존 SF 판타지와 차별화된다.


<호빗> 시리즈는 빌보 배긴스가 반지를 획득하는 과정을 그렸다. 어느 날 마법사 간달프가 찾아오고, 배긴스는 난쟁이들과 모험을 떠난다. '스마우그'가 빼앗아간 보물을 되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능성과 본능확인한다는 게 중심 내용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프로도의 반지 파괴 과정을 담았다면, <호빗>은 배긴스의 반지 획득 과정을 그렸다.


피터 잭슨의 <호빗>과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관객들에게 사랑받아 온 이유는 무엇일까.  연령과 성별을 뛰어넘으며 오랫동안 기억되는 이유는 단연 ‘스토리텔링 Storytelling’의 힘이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매우 흥미롭고 설득력이 있다. 똑같은 스토리를 전달하더라도 이야기를 구성하고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감흥이 달라진다.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더라도 듣는 이의 연령, 나이, 취향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스토리의 기본 요소는 구성단계에 필수분이라 할 수 있는데, 피터 잭슨의 시리즈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


[ 출처: 네이버 ]
스토리텔링의 다섯 가지 기본 요소


 잭슨 영화는 스토리텔링의 기본 구성이 잘 짜진 작품이다. 먼저, 역경과 고난을 다룬다. 빗족 프로도는 삼촌 빌보 배긴스가 습득한 절대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갖은 역경과 고난을 겪는다. 호빗키가 작고 연약한 인물로 그려지는데, 다른 종족들로부터 무시를 받기 일쑤다. 그러나 선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역경과 고난을 극복한다. 관객에게 지속적인 긴장과 이완을 제공하며 흥미를 주는 것도 이 부분이다.


둘째, 사랑이다. 감동적인 애정 스토리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아르웬(요정)이 아라곤(인간)과 사랑하면서, 자신의 영생을 포기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또한 타우리엘(요정)-킬리(인가)-레골라스(인간)의 삼각관계는 사랑의 진정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셋째, 악당이다. 사우론은 암흑의 탑 바랏두르의 건설을 완성한 뒤 절대반지를 이용하여 중간대륙을 정복하려 한다. 공공의 적인 사우론은 프로도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성장의 밑거름이 되면서, 스릴과 안락을 조율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넷째, 조력자이다. 피터 잭슨의 모든 시리즈물에는 마법사 간달프가 등장한다. 주인공 배긴스와 프로도가 영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인물이다. 주인공이 자신의 가능상을 확인하도록 돕고, 급한 상황에 어김없이 등장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그 외에 모든 인물은 주인공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이다.


다섯째, 변화이다. 관객들은 주인공의 심리상태나 태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도입에서부터 결말부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의 변화된 과정을 따라가며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내적 성찰과 우정의 가치를 깨닫는 프로도의 변화된 모습을 지켜본다. 그의 대장정을 따라가며, 삶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스토리는 ‘역경-사랑-악인-조력자-변화’의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설득력을 가진다. 다만, 이러한 요소들이 산발적으로 그려진다면, 설득과 이해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끼워 넣는 기술뿐 아니라, '나만의 이야기를 어떻게 그려 넣을 것인가'에 대한 구상이 필요하다.

피터 잭슨이 우리에게 남긴 것


피터 잭슨 감독은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2001)>를 통해 오스카상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중 촬영상, 작곡상, 시각효과상, 메이크업상 등의 4개 부분수상하기도 하여, 그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그 후에도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적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건 리얼한 전쟁신과 흉측한 골룸을 재현한 것이다. 물론 2000년 초반에 만들어진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2014년 만들어진 <호빗>에는 기술적 차이가 분명하다. 그러나 모션캡처 연기로 골룸을 재현한 앤디 서키스의 연기는 ‘반지 시리즈’에서 단연 최고이다. 그것은 배우의 세심하고 열정적인 연기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캐릭터를 이끌어 가는 감독의 치밀한 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지의 제왕>은 7년의 제작 기간 동안 2억 7천만 달러(약 3천5백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의 제작비를 들여 총 3부작을 만들었다. 엄청난 규모의 사업이 추진 될 수 있었던 건 감독에 대한 신뢰와 추진력 때문이 아닐까. 또 수년간의 대장정에 같이 동참해 준 배우들의 의리와 신념이 큰 기둥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사우론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리는 2014년 개봉 당시 93세였고, 간달프 역에 이안 맥켈런은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 전편에 출연하여 작품의 흐름을 이끌어주었다. 작품에 대한 배우들의 의지와 열정이 작품 곳곳에 묻어나기에 큰 감동으로 이어졌다. 이에 명작은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감독의 신념과 배우들의 열정이 한 데 어우러질 때 완성된다.





현재 우리나라 SF, 판타지 산업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신과 함께(2018)> 이후로 <승리호(2021)>, <정이(2023)>, <외계+ 1부(2022)>가 제작되었지만,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개봉을 앞둔 <외계+인 2부(2024)> 대한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지만, 관객무관심만큼 힘 빠지는 것도 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독창적인 세계관과 이색적인 캐릭터들이 어우러진 '두 번째 이야기: <외계+인 2부>'에 내심 기대감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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