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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피커 안작가 Nov 28. 2023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

나대다 보니 나 되었다

전과자 이창섭이 유튜브를 통해 S관대로 전과를 한 적이 있다.

S관대학교 벤치에 누워 노숙(?)하고 있는 청년을 발견,

그 청년은 전날 과음해서 1교시를 놓친 S대학교 의대학생이었다.      


버스가 늦어가지고 현타 와가지고 그냥 좀 쉬다가 2교시 때 들어가려고 했다며

마지막에 “아, 학교 망신인데.”라는 말을 하자,

이창섭은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니가 망신당하는 거지, 학교가 망신당하는 건 아니야.”      


그렇다. 

내가 잘 못 하면 회사 망신, 가족 망신, 동네 망신, 나라 망신이 되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잘못한 것이니, 그냥 내 망신시키는 것뿐!     


대한민국 최고 대학인 S대학에 가기 위해 

위에 청년은 아마 우리가 말하는 소위 착한 아이였을 것이다.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해야 하는 일들에 사로잡혀 20년이라는 시간을 살아왔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자기가 진정 원하는 S대학교에서 원하는 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었다면,

지각 따위는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지각하게 되더라도 놓친 버스를 원망하는 게 아니라 

수업 시간을 놓친 자신을 원망하며,

얼른 택시를 잡아서 S대학교로 날아갔을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시절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라는 노래를 즐겨 불렀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의 일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사랑하는 일이었을까?

아니었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의 일은 어른들이 시키기 전에 

어른들이 원하는 것을 미리미리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하는 어린이를 말하는 게 아니었을까?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른이로 남아 있는 건,

어릴 적 잃어버렸던, 내가 원했던 삶을 여전히 찾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는 게 아니라 어물전 사장이 시키는 것이고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 과일 사장이 시키는 것이고

우리 가문의 망신은 내가 아니라, 우리 집 가장이 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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