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대다 보니 나 되었다 2
청소년 시절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청소년 시절에 그 당연한 담배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잘’ 나가는 척하기 위해 담배를 선택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다른 친구에게 꿀리지 않기 위해 선택당하는 친구도 많았다.
안타깝게도 나를 제외한 모든 친구가 담배를 했었다.
유일하게 나 혼자 담배를 하지 않았다.
나는 ‘잘’ 나가는 척할 필요가 없었을까?
아니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친구가 없었기에,
꿀리지 않기 위해 잘난 척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내가 담배를 선택하지 않았던 2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초등학교 도덕 수업인지, 사회 수업인지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친구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담배를 둘러싸고 있는 비닐을 제거하고 나서
그 비닐을 주머니에 넣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지금도 쓰레기를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는 사람으로
담배를 피우게 되면 그 비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 같았다.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두 번째 이유는 충격적이지만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직접 담배를 피워봤기 때문이다.
어느 날 외할아버지댁에서 담배를 피우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 왜 피우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담배를 피우고 계신 아버지께
“저도 한 번 피워 봐도 될까요? 왜 피우는지 궁금해서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아버지는 웃으시면 조용히 담배를 건네주셨다.
아버지께서 진짜로 주실 줄 몰랐지만, 진짜로 줬다고 아버지도 내가 피울 줄 몰랐을 것이다.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담배를 아버지 앞에서 쭉 빨아드렸다.
그 맛은 어땠을까?
내가 알던 담배는 쭉 빨아들이고 나면 후할 때 연기가 나오는 게 정상인데,
나는 연기를 그대로 마셔버렸는지, 연기는 나오지 않고, 속이 뒤집힐 정도로 아프기만 했다.
아버지께 담배를 돌려드리며, “이런 건 왜 피워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아버지는 “네가 아직 어려서 그렇지, 너도 어른이 되면 피우게 될 거야!”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나는 아직도 어른이 못 되었는지,
아버지의 기대와 다르게 그 뒤로 한 번도 담배를 입에 물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담배라는 존재자체가 우리 몸에 좋지 않은 것이라면,
청소년들만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담배라는 걸 하지 못하게 하는 게 정상 아닐까?
20살은 되고 19살은 되지 않는 사실, 나는 그게 참 웃겼다.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면 안 되는 이유가 청소년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닌 듯,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 이유 또한 어른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하는 부분 아닐까?
청소년과 성인의 기준이 아닌,
담배라는 걸 객관적으로 설명해 준 뒤,
그 뒤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주도권을 주는 게 맞지 않을까?
담배는 청소년한테만 나쁜 게 아니라 담배는 사람에게 나쁜 것이니,
“하지 말라고 했다”가 아니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어른들의 자세이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