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엘 Jul 12. 2024

탕평채

-아름다운 사람들과 맛있는 식탁

“엄마, 언니가 내 옷을 입고 벌써 나가 버렸어요?”

작은 아이가 징징대다 못해 발을 구르며 운다. 아이를 달래도 보고 얼러서 겨우 학교에 보냈다. 폭풍이 잠잠해지는가 싶었다. 가족과의 대화는 언제나 경계태세가 필요한가 보다.

“여보, 오늘은 좀 일찍 들어와서 같이 밥도 먹고 애들이랑 산책 가면 좋겠어?”라고 분명 부드럽고 온화하게 제의를 했다.

남편은 작은 눈을 크게 뜨며 하필? 오늘이냐고 묻는다. 오래간만에 친구들이랑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가슴에서 무언가 화끈하게 달아오르며 불화 자가 생각이 나는 아침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배려보다는 자신의 유익을 위해 더 편한 쪽으로 기울어지기 마련인가 보다.

‘오늘 저녁은 뭐 먹지?’가 아침부터 정신없던 주부의 마음에 떠 오르는 문장이라니......

궁중음식연구원 호텔 한정식반에 다닐 때 배웠던 탕평채 메뉴가 생각이 났다.     

어려서 엄마가 해주셨던 청포묵무침은 그야말로 간단했다. 청포묵을 먹기 좋게 잘라 소금과 참기름 그리고 김 가루와 통깨를 뿌려 살살 버무려 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런 청포묵무침만 알고 먹다가 궁중음식연구원에서 호텔 한정식 수업을 듣게 되어 ‘탕평채’의 조리법을 배우게 되었다. 우리나라 음식은 매우 정갈하면서도 정성이 가득하다. 마늘을 다지더라도 매우 곱게 다진다. 영양학 면에서 곱게 다진 마늘에 성분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오방색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청포묵은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나다.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등이 조화롭고 눈으로도 먼저 먹을 수 있는 색감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엄마가 해 주신던 청모묵 무침도 맛났지만 오방색으로 접시에 담아낸 탕평채도 맛있다. 손님 대접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좋은 음식을 대접하는 느낌이 드는 음식이기도 하다.

소금양념이 아니라 새콤달콤하게 간장과 식초 그리고 참기름을 넣어 기본소스를 만들고 짜지 않게 물과, 홍고추, 쪽파와 통깨를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먹기 직전에 양념장을 넣어 잘 섞어낸다.     

탕평채에 대한 유래를 알아보기 위해 국어사전부터 찾아보았다. ‘탕평채’를 찾으면 ‘묵청포’를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쓰여 있다. 조선 영조 때에, 탕평책을 논하는 자리의 음식상에 처음 올랐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했다.

녹두묵에 고기볶음과 데친 미나리, 지단, 구운 김 등을 섞어 만든 묵무침이 바로 탕평채다. 일명 청포묵무침이라고도 부른다.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청포묵에 소금과 참기름 그리고 김을 넣어 쉽게 무쳐 먹기도 한다. 탕평채라는 이름은 탕탕평평(蕩蕩平平)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어느 한쪽으로의 치우침 없는 조화와 화합을 중시하는 음식이다.

영조가 당파가 아닌, 인물 위주로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탕평책'을 정책으로 삼았고 ‘탕평채’라는 음식을 만들어 신하들에게 하사함으로써 뜻을 관철시켰다고 한다.

탕평채는 오방색의 완벽한 구현이다. 오방색(五方色)은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의 다섯 가지 색을 말한다. 한식에는 한 가지 음식에 다섯 가지 색을 지닌 재료들을 사용함으로써 오방색을 구현하는 음식들이 있다. 바로 비빔밥과 탕평채이다. 눈으로 보아도 예쁜 오방색의 음식이기도 하지만 조화와 화합을 중시하는 의미가 담긴 음식이기도 하다. 왕이 하사한 음식에는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이다.     

탕평채 한 젓가락을 입에 넣으면 조화롭다. 미나리의 아삭함과 청포묵의 부드러움 그리고 쫄깃하게 씹히는 소고기와 혀끝에 감칠맛이 가득한 양념장이 화합을 이루어 미간에 신호를 보낸다. 맛있다고 탄성을 자아낸다. 이래서 서로가 사이좋게 화합하여 아름다운 정책을 펼쳐 나가길 영조 왕은 ‘탕평채’를 위정자들에게 하사했나 보다.

‘오늘 저녁은 뭐 먹지?’의 답이 나왔다. 다툼이 있었던 날에는 탕평채를 정성껏 만들어 자연스럽게 식탁 위에 올려 탕평채의 유래를 이야기해 주면서 함께 즐겁게 식사를 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지 않을까?          

<탕평채>

청포묵 1모

소고기(잡채용) 100g

미나리 50g-->3-4cm 길이로 썬다.

숙주 200g

홍고추 1/2개

달걀 1개, 김가루 약간     

양념장

맛간장 2큰술 물 2큰술 설탕 1큰술 식초 1큰술 참기름 1/2큰술 통깨 1큰술

송송 썬 쪽파 1큰술 홍고추 다진 것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만드는 법

1. 청포묵은 손가락 굵기로 썰어 끓는 물에 데친다.

2. 소고기는 간장 1큰술 맛술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넣어 밑간 후

 팬에 오일 두르고 볶는다.

3. 홍고추는 씨를 제거 후 다진다.

4. 끓는 물에 소금 넣고 숙주 먼저 데치고 미나리 데친 후 찬물에 헹궈 물기를 꽉 짠다.

5. 달걀은 잘 풀어 팬에 오일 두르고 얇게 지단을 붙여 채 썬다.

6.. 접시에 숙주, 청포묵, 미나리, 볶은 소고기, 지단, 김가루를 얹어 낸다. 양념장을 곁들여 낸 후 먹기 직전에 뿌린다.

이전 02화 가지솥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