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뮨 Feb 23. 2020

브라보 제2의 인생이여!

feat. 나이듦에 관하여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기에 나의 기억 속에는 아예 없다. 유일하게 외할머니께서 농사일을 하는 엄마 아빠를 대신해 우리를 많이 돌봐주시며 늘 나를 윤정이가 아닌 "윤쟁이"라고 부르며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그런데 외할머니와 좋았던 기억도 있는 반면 외할머니가 늙어가실수록 부모님과 불화를 겪는 모습이 내 기억에는 많이 남아있다. 외할머니의 고집은 나이가 드실수록 점점 더 심해졌고, 2명이나 있는 이모들은 자기들 살기도 벅차서 잘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결혼을 해서 시댁을 가니 홀시어머니께서 홀시할머니를 모시고 계셨다. 다른 분들은 아무도 안 계시고 고부만 남아있었는데 상황은 뭐 짐작대로였다. 완고하신 시할머니 성격은 모시기 쉽지 않았고, 본인도 노인이신데 92세되신 시할머니를 케어하느냐고 시어머니는 허리를 필수 있는 날이 없으셨다. 계속해서 이런 것을 볼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막무가내로 밀기,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가 배치되어 있길래 하나 이용하려고 했더니 앞선 할머니께서 무려 5개를 주머니에 쑤셔 넣으셔서 갑자기 마스크가 올킬되어버린 상황 등 때문에 사실 나는 노인에 대한 곱지 않은 마음을 갖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나는 현재 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런데 청소년 박람회에서 만난 어떤 목수분이 나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다. "아니 이제 청소년들은 몇 명 되지도 않고 부족한데 무슨 청소년학과를 다녀? 노인이 많아지니 노인 쪽을 해야 전망이 밝지!"라고 아주 노골적으로 말씀하셨다. 아이러니하게도 청소년학과이지만 사회복지학과 전공을 연계하므로 청소년 관련 자격증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할 예정이다. 그런데 별생각 없이 그냥 준비해보자라는 생각이었는데  [나이듦에 관하여]를 읽으며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아 그냥 막연히 생각할 것이 아니구나라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나의 생각을 깨부수는 책을 좋아한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었던 것만 나오는 책들은 흥미진진하지 않다. 그냥 음 좋네~이러고 만다. 그런데 내가 미쳐 알지 못했던 것들이 나오고, 내 고정관념을 확 깨 주는 책들을 만나면 정신이 번쩍 든다. 솔직히 이 책이 그랬다. 막연한 노인 혐오가 아예 없었다고는 못하겠다. 은연중에 길에서도 피하려고 했고, 웬만하면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핸드폰에 시선을 옮기곤 했었다. 물론 모든 분들께 그런 것은 아니다. 헬스장에서 아주 예의가 넘치시는 80이 넘으시는 어르신을 만나면 꼬박꼬박 인사를 하고 깍듯하게 하지만, 쓸데없는 오지랖을 펼치는 분들이 부담스럽고 피곤하기에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웬만하면 선을 그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과 시어머니 또한 피할 수 없는 노인에 해당되시고, 머지않아 나 또한 그렇게 될 것이기에 무조건 피하고, 멀리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처사라는 것은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싶지는 않다 뭐 이런 주의였는데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깨지기 시작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87504061



794 페이제 달하는 벽돌 책이지만 술술 읽히는 책이므로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점점 수명이 늘어나고 있고, 평생 일하는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은퇴의 시간으로 보내야 하고, 노인의 삶을 살아야 하기에 여기에 대하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냥 되는대로 살기에는 너무 기간이 길다. 그러므로 인생 2막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준비하고 설계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에 이 책을 꼭 추천한다.



정상적인 노화와 질병은 별개이다. 늙는 것 자체는 병이 아니다.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굳이 해 줄 필요가 없다.

노인 환자를 어린애 취급하면 안 된다. 아파서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지 아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치매 환자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여긴다면 이 병에 보다 담대하게 맞설 수 있을 것이다.

병과 치료 모두 환자의 나이에 따라서도 환자의 건강 수준에 따라서도 다르게 진행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생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은지 미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당사자와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

노인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그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다.






https://youtu.be/qzagSSVuP0 k

103세 피아니스트 할머니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모두가 똑같은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 솔직히 유투버로 활발히 활동하시는 박막례 할머니, 103세 피아니스트 할머니,  어떤 역할도 멋들어지게 소화하시는 김용건 배우님과 병상에 누워계신 어떤 분과 모두가 똑같은 노인은 아니지 않은가. 걷지도 못하는 100세 어르신도 있지만,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고자 하는 68세 현역도 있다. 노인도 노인 나름이다. 노인 환자가 행복하고 안전한 일상생활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신체기능을 완전히 복구할 수 없는 경우라도 약간의 불편을 안고 해야 할 일을 환자 스스로 할 수 있는 정도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대개는 손이 더 간다는 이유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못하게 하는 케이스가 많을 것이다)



노년기도 여러 범주로 세분화해서 봐야 한다.


노인을 연구하지 않아 노인 신체의 생리학을 모르고, 젊은 성인들에게 맞춰 짠 치료를 노인에게 그대로 처방하는 실태이다. 노인에 대한 연구가 더욱더 진행되어야 한다.

한 인격체로서 어떤 말년을 보내고 싶어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의사뿐만 아니라 영양학자,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가 전문가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삶의 목적, 의미, 선택할 기회라는 정신적 풍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우리 가운데 늙지 않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해도 노화를 다소 늦출 수 있을 수는 없어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어차피 늙을 것이라면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게 어떨까? 두려워한다고 바뀔 수 있는 것이 없으므로 우리는 당당하게 늙는 것에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나도 이제 40대 초반이지만 사실 점점 더 만족도가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다시 치열하고 복잡한 젊은 시절로 돌아가기보다는 지금의 만족도를 더 잘 가꿔가보 싶은 1인인데 60을 전환 전으로 삶에 대한 만족도도 상승 곡선을 그린다고 하니 나이 듦에 대해서 너무 졸지만 말고, 잘 맞이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모님의 인생 후반전을 응원합니다_ 막내딸!



가난해서 결혼식도 제대로 올리지 못한 부모님을 위해 몇 년 전 리마인드 웨딩촬영을 했다. 엄마의 환갑을 맞이하여 드레스를 입어보지 못한 엄마의 한도 풀어드리고, 겸사겸사 온 가족이 가족사진도 찍은 것이다. 신체적인 나이는 점점 더 들어가고 있지만 사실 예전보다 더 열심히 운동하고, 색소폰과 풍물놀이, 댄스 등을 배우며 후반기의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감사하다. 잘 늙기 위해서는 건강한 습관, 노력, 긍정적인 태도와 더불어 계속해서 일을 할 때 만족도가 높아지고 건강할 수 있는데 아직도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께서는 언제나 바지런하게 손을 움직이신다. 



변화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지 누군가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 축복받는 노년기를 목표로 정해 신념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그것이 현실이 되게 할 수 있다는 작가의 말과 같이 어떤 마음을 갖고 사는지에 따라 제2의 인생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건강과 남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을 만큼의 재정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그것이 좀 부족하더라도 감사하는 마음과 행복한 생각을 한다면 죽을 날을 받아놓은 사람처럼 우울하게 살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계속해서 우리는 재정과 건강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기본적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이것보다 우선한 것은 정말 진정으로 사랑하면서 사는 사람이 있는지, 형식적인 관계가 아닌 제대로 된 교제를 하며 마음을 놔눌 수 있는 사회적인 관계가 형성되어있는지, 나의 뚜렷한 가치관과 의지할 지향점이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돈이 많아도 이런 것들이 되지 않는 사람은 불행한 노후를 맞이할 것이고, 다소 돈이 부족하더라도 마음이 뿌듯하고 꽉 찬 느낌을 누군가가 빼앗아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나이 듦에 관하여를 읽으며 어르신들에게 바라는 것은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조금 더 어른답게 행동해 주셨으면 하는 것이다. 이기적인 모습과 몰상식한 모습이 아니라 지혜로운 모습과 관용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젊은이들과의 괴리도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특히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나, 마트에서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의식적인 노력도 수반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으니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지 반문하게 되고, 중간세대로써 더욱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이 나의 부모이든지, 그냥 일반적인 노인세대이든지 상관없이 말이다. 



세대 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혐오가 점점 심해지는 이 시대에 이런 책을 읽음으로써 깨어있는 사람들부터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 중에서도 폐휴지 수레를 밀어드리거나, 노숙자에게 빵과 음료수를 사주거나, 길을 물어봤을 때 목적지까지 안내 해드 리거나 하는 사례도 많이 볼 수 있다. 시도가 어렵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젊은 사람에게만 수용해달라고 하기보다는 양쪽에서 모두 노력을 했을 때 이 간격이 더 쉽게 줄어들 것이고, 더욱더 살맛 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당연히 선조들의 노력이고, 무엇하나 그냥 이루어진 것이 없음을 우리는 또한 생각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제2의 인생이라고 할 수 있는 인생의 후반부를 원망과 비교와 걱정이 아닌 여유와 즐거움과 감사로 채우며 멋지게 살아가시기를 응원한다. 또한 머지않은 날 나도 이렇게 살기 위해 더욱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사회적 관계들을 잘 맺어놓고,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중반기의 삶을 잘 꾸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씽큐 온 4기 >


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 드립니다 

https://brunch.co.kr/@nager128/212

혼자 살아도 괜찮아

https://brunch.co.kr/@nager128/220

폭군

https://brunch.co.kr/@nager128/234




구독은 저로 하여금 계속 글을 쓰게 만들어줍니다^^

구독과 라이킷, 공유와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 <





매거진의 이전글 라끼남의 포포몬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