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currucucu Paloma / Caetano Veloso
남미에서는 슬픔에도 경쾌한 리듬이 필수다. '필수' 물론 사실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한 이유는 많다. 슬픈 음악도 그들은 그렇게 부른다. 경쾌한 리듬에 맞춰서.
Cucurrucucu Paloma는 경쾌한 리듬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그 슬픈 노래들 가운데 하나다.
2003년 개봉한 영화 '그녀에게Hable Con Ella, Talk to Her'에 브라질의 국민가수 까에따누 벨로주Caetano Veloso가 직접 출연해 부르면서 가사가 궁금해졌다.
이 영화는 까에따누 벨로주뿐 아니라 세계적인 무용가 피나 바우쉬Pina Bausch까지 출연해서 화제가 됐었다.
게다가 내용도 파격적이다. 수년간 식물인간으로 살던 여인이 임신을 하며 깨어난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임신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녀를 임신시킨 남자는 그녀를 오랫동안 지켜보던 간호사였다. 그가 간호사가 된 건 그녀 옆에 있기 위해서였다.
영화는 거기서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
영화 얘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아무튼, 음악이 사람들을 울린다.
이 쿠쿠루쿠쿠 팔로마가 까에따누 벨로주와 연결되어 사람들에게 전염된다. 자크 모렐렌바움Jaques Morelenbaum이 연주하는 낮게 깔리는 첼로까지 합세해서.
그는 수많은 긴긴 밤을 술로 지새웠다고 하네
밤마다 잠 못 이루고 눈물만 흘렸다고 하네
그의 눈물에 담아낸 아픔은 하늘을 울렸고
마지막 숨을 쉬면서도 그는 그녀만을 불렀네
노래도 불러보았고 웃음도 지어봤지만
뜨거운 그의 열정은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네
어느 날 슬픈 표정의 비둘기 한 마리 쓸쓸한 그의 빈집을 찾아와 노래했다네
그 비둘기는 바로 그의 애달픈 영혼
비련의 여인을 기다린 그 아픈 영혼이라네
난 그들, 남미의 사람들은 모르지만,
그들의 음악에서 느낀다.
남미의 열정이 표현하는 슬픔을.
그들은 슬픔을 우리와는 다르게 느끼는 것 같다. 혹은 단지 우리와는 다르게 해석하는 것 뿐인지도 모르겠다.
슬픔은 기억과 현실 중간쯤의 존재라고…
이 곡에는 남미의 리듬이 등장하지 않지만,
꼭 어디선가 들릴 것만 같다.
그런 경쾌한 리듬 때문일까?
어찌보면 별로 현실감이 없는 그들의 슬픔이 아름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