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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Apr 11. 2021

말을 잘 못 하는 사람도 수다쟁이가 되는 클래스 대화법

외향적인 사람이 아닌데, 클래스 할 수 있을까요?

클래스에 대한 이야기 만으로도 2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운 사람은 어떻게 클래스를 시작할 수 있을까? 자신이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보통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기를 두려워한다. 어떤 얘기를 해야 하는지 말주변도 없는데 어떻게 클래스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클래스 특성상 어떤 얘기를 주고받아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수업 내용 자체가 이미 나눌 이야기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야기보다 수업내용에 관련된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처음 배운 것은 어디에서 이었는지.’

 ‘하면서 어떤 점이 좋았는지.’

 ‘새롭게 배워보고 싶은 분야는 무엇인지’

 ‘어떻게 클래스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런 이야기만 주고받아도 짧은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신기한 것은 처음에는 수업 내용만 알려주기 급급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수업하는 것이 능숙해지면서 다양한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집에서 두 아이와 수업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로 주제가 확장되었다. 그 순간만큼은 나 또한 아이를 키우는 지혜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클래스 공간에 완성작 및 다양한 작품을 전시해 보자.

집 안에 수업과 관련된 소품을 두는 것만으로도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민화 클래스를 시작하면서 식탁의 옆쪽 벽면에 민화 작품을 많이 붙여 두었다. 수업을 오시는 분들마다 옆에 있는 작품을 보시면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셨고 대답을 하면서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외향적인 사람이 수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에 얼마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지 클래스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가 분명하다면 누구나 멋진 클래스키퍼가 될 수 있다. 말 보다 행동에서 그 사람이 더욱 잘 표현된다. 수업을 하는 손길, 눈길, 몸짓에 사람을 대하는 정성이 담겨 있다면 외향적이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멋진 클래스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클래스 중에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어떻게 하나요?

 ‘선생님은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의 답을 생각해 보게 이끌어 주는 사람이다.’     

이렇게 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클래스에 참여한 분이 무엇인가를 물어보면 정보를 묻는 질문이었을 때는 성심 성의껏 아는 만큼 답변을 하고, 검색을 해서 관련 사이트나 도서를 소개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민화 클래스에서도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정보성 질문은 아는 범위에서 정성껏 알려드리고 취향이나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다시 되물어 보았다. 


 “어떤 색으로 칠하면 좋을까요?”

 “여기 마무리 선을 그리는 게 좋을까요? 안 그리는 게 좋을까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수강생 분들께 다시 여쭈어 봤다.     


 “어떤 색으로 칠하고 싶으세요?”

 “왜 선을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이렇게 질문을 하면 오히려 수강생 분들이 질문함과 동시에 답을 찾아내신다.     


 “저는 쨍한 파란색이 좋아요.”

 “꽃에 비해 잎이 너무 힘이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답을 내려고 하지 않았고 수강생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물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색상이 다르고 쨍한 색상으로 칠하는 게 좋을지 은은한 색상으로 칠하는 게 좋을지 취향이 다르다.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지 수강생 분의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 아니다. 각자 자신의 멋과 색으로 그림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질문을 받는다면 다시 한번 물어보면 어떨까? 질문하는 사람은 이미 그 질문에 대해 고민해 보았기 때문에 그 답을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르는 것이라면 인정하고 찾아서 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리자. 내가 모든 질문에 답을 알고 있어야 좋은 선생님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질문에 대한 답을 너무 빨리 알게 되면 내가 했던 고민과 질문이 빨리 잊힌다. 스스로 찾아보고 고민해 보았을 때 그 답은 더 깊이 남는다.     



클래스, 강의하지 말고 대화하자.

클래스를 진행할 때,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잘 강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긴장하면 준비했던 말도 잘 안 나오고 첫 시작이 꼬이기 시작하면 그다음도 흐름이 뒤엉킨다. 성격상, 많이 연습하고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야 사람들 앞에 서는 스타일이었는데 엄마가 되고 아이들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 여러 클래스를 한 번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책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또 다른 특강이었는데 공지는 이미 나갔고, 클래스 일정은 다가오는데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불안감이 높아졌다. 이렇게 불안함 때문에 귀한 시간을 내주신 분들의 하루를 허투루 지나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을 멈추고 싶은 마음을 비웃는 듯 클래스 시작 시간이 금방 다가왔고 한 명, 두 명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결국, 앞에 준비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계속 말이 꼬였다. 내가 설명하는 부분을 최대한 짧게 줄이고 참가한 분들이 이야기를 들어야겠다 싶었다. 

'어떤 주제로 책을 쓰고 싶으신지, 한 분씩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해 볼까요?'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스토리를 이야기 하기 시작했고, 서로 귀 기울여 들어주며 두런두런 이야기가 오갔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누기도 하고 응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모두 귀했다. 꼭 이 분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계속 강의를 하려고 생각했으면 마주하지 못했을 감동이었다. 오히려 가르치려는 입장을 내려놓고 이야기 나누려고 마음먹는 순간, 클래스가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클래스가 리듬을 타기 시작하자 준비하지 못했던 강의 내용도 질문과 대답 속에서 술술 나오게 되었다. 

클래스, 강의하지 말고 대화해 보자. 그 속에서 리듬을 탄다면 그게 바로 즐거운 클래스를 만드는 대화법이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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