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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Apr 11. 2021

처음 시작하는 클래스, 강의료는 얼마로해야 할까?

돈 보다 경험을 벌어라

재능기부로 클래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돈을 벌 생각이 없었다. 한동안 집에 묵혀 두었던 민화 재료를 보면서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아이 둘을 집에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하게 된 것이 재능기부 클래스다. 그런데 한 번은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시는 길에 ‘수업료는 얼마인가요?’라고 묻는 분이 계셨다.      

질문을 듣고 ‘만약 내가 돈을 받고 수업을 한다면 이 수업은 얼마짜리 수업일까?’ 고민해 보았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받는 만큼 받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참을 수업료에 대해 고민해 보니 ‘왜? 돈을 벌고 싶은가?’ 고민하게 되었고 ‘얼마의 돈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인터넷으로 아이 기저귀를 살 때가 생각났다.   


  

‘아, 기저귀 값 입금해 달라고 말해야 되는데.’     

육아휴직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경제를 잘 아는 남편이 가정 경제권을 가지게 되었다. 생활에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카드는 있었지만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계좌이체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남편한테 결재해 달라고 얘기해야 했다. 필요한 물건을 사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남편이 돈을 쓰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것도 아니었는데 결제를 부탁해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자존심이 상했다.     

‘한 달에 인터넷 쇼핑으로 구매하는 물건값,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수강료, 필요한 것 한 두 개 정도 마음껏 살 수 있는 정도만 용돈이 넉넉하게 있으면 좋겠다. 그럼 한 달에 얼마 정도 더 있으면 될까? 한 50만 원이면 될까? 일주일에 한 번 수업한다고 하면 50 나누기 4 했을 때 대략 13만 원 정도네. 수업할 때 인원이 최대 4명이니까 한 명당 3만 원 정도 받고 최대 4명까지 모집해서 수업하면 되려나? 그런데 여기 재료비를 추가하지 않았으니까 재료비까지 추가하면 한 사람당 3만 5천 원 정도 받으면 될 것 같은데.’     

생각해 보니 생각보다 수업료가 저렴하게 책정되었다. 보통 민화 원데이 클래스 수업은 5만 원에서 7만 원선. 하지만 아이 둘을 데리고 수업을 한다는 것과 집에서 수업을 하는 경우에는 공간 대여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훨씬 저렴해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렇게 싼 수업료는 아니었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데 굳이 클래스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클래스를 선택했다는 것은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기쁨을 즐기고 싶은 마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받는 수업료만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또 다른 가치를 버는 것은 아닐까? 나 또한 클래스를 하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것을 벌었다. 바로 경험이었다.      


“오늘 정말 재미있고 좋은 추억 만들었어요. 고맙습니다.”

“정말 배워보고 싶었는데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이들이랑 같이 그림을 그리니까 더 특별한 시간이었어요. 고맙습니다.”     



아이들은 식탁 앞에 붙여둔 호작도 호랑이의 이를 닦아주기도 했다.

수업을 하고 느끼는 뿌듯함. 누군가의 삶에 기여했다는 기쁨이 나의 자존감을 되찾아 주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가 없는 것 같은 일상 속에서 애쓰고 노력한 만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것이었다. 돈보다 더 귀한 것을 얻는 이 시간이 소중했기에 돈을 벌지 않았지만 꾸준히 클래스를 해 나갈 수 있었다. 엄마가 자존감을 되찾고 성장하면서 나비효과처럼 가족들에게도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가장 먼저 수업을 하는 장소인 집을 치우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홈 클래스 수업 시간 즈음 집을 청소하려 하니 아이들이 질문을 했다.     


“연우야, 이제 선생님들 오시니까 거실에 있는 책 정리할까?”

“왜?”

“이제 손님들 오시니까 집을 깨끗하게 치워야지.”

“왜? 원래 이렇게 있었잖아.”     


결국 대화를 주고받다가 수업 시간 즈음되어 부리나케 한 방에 몰아넣기 수법을 썼다. 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평소에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어지르든지 말든지 하루 종일 놔두었을 텐데 클래스를 하면서 자존감을 되찾았고 반복되는 불편한 일들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고민을 실천했고 생각한 대로 아이들이 움직이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조금씩 방법을 개선해 가며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다. 이러한 경험은 실질적으로 돈을 번 것은 아니지만 계산해 보았던 약 3만 원의 수강료보다 더 큰돈을 번 것이나 다름없었다. 홈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얻은 경험이 모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재산이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수업을 하는 집으로 오신 분들은 자신의 하루 중 일부의 시간을 나에게 할애한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하루 중 얼마만큼의 시간을 쓴다는 것은 과연 얼마의 돈을 환산할 수 있는 것일까? 홈 클래스 수업료를 얼마로 정할지는 수업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수업을 계속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수업을 하는 이유’가 명확하다면, 그리고 그 이유가 돈이 아니라면 얼마의 돈을 버는지 관계없이 클래스는 계속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재능기부 클래스를 시작하고 강사 제안을 받았다. 즉,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꾸준히 지속한 덕분에 가르치는 실력이 좋아졌고 수업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기관의 강사 제안까지 연결되었다. 돈을 벌 생각으로 수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는데 신기하게 수업을 듣고 돌아가신 분들이 수업료를 안내해 주시며 강사 자격으로 수업을 해주실 수 있는지 여쭈어보셨다. 민화 원데이 수업을 들으시고 학생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며 중학교 자유학기제 특강을 요청하신 분도 계셨고 배달강좌라는 제도를 통해 수업을 듣고 싶다는 제안을 하신 분도 계셨다.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경력이 쌓이고 돈을 받고 강의를 할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험을 의미 있는 이력으로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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