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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마지막 선물

나in나 essay 11

by 나in나



쨍하던 해님은 어디에 숨었는지 눈치채지 못하게 며칠이 흐리고 어둡기만 하더니 오늘은 덜컹덜컹 거센 바람이 시작됐다.

현관문이 열렸다.

"어우, 춥다 추워!"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찬기를 가득 짊어지고 몸을 부르르 떨던 지영을 맞이했다. 차디찬 바깥공기에는 핫팩도 소용없다는 듯 이미 다 식어 딱딱하게 굳어버린 핫팩을 휴지통에 던졌다.

"바람 쎄던데 진짜 추웠구나."

지영의 눈앞을 가렸던 김서린 하얀 안경은 투명하고 동그란 구멍이 점점 커지면서 반짝이는 두 눈 드러다.

"지금 눈이 내리고 있어!"

"눈? 3월의 눈이라니."

한달음에 달려가 창 앞에 서니 하얀 눈송이들은 소리 없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온 세상이 하얗네."

"응, 포슬포슬 해. 녹지도 않고 금세 쌓여."

어두웠던 하늘은 온데간데없고 가득한 새하얀 하늘 부셨다.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밖을 함께 바라보며 좋아하던 윤동주 시인의 "눈"이란 시를 함께 읊었다.

"오늘 눈은 땅속 생명들을 포근하게 덮어주는 이불이구나."

"겨울이 주는 마지막 선물인가 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었다. 바르르 떨던 손바닥 위 내려온 얀 눈은 곧바로 투명하게 변해버렸다.

"봄을 노래하기에 목이 말라 보였나?"

반대쪽 손을 나란히 창밖으로 내밀었다. 양손은 더욱 촉촉하게 젖어 갔다.

털 같은 하얀 눈송이들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다가 아래에서 위로 다시 날아오르며 다시 아래로 아래로 구석구석 찾아가 내려앉았다.

매년 3월이면 본격적인 봄이 시작됨을 알리는 끝눈이 내린다. 3 오늘, 겨울이 전하는 마지막 선물이 구석구석 빠짐없이 아가고 있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다시 아래 아래로.






어제, 종일 조용히 내리는 눈송이를 바라보며 짧은 이야기와 짧은 시가 떠올랐습니다. 어제 바로 발행하고 싶었는데 브런치북 연재 요일에 맞추다 보니 오늘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군요.


앞으로 연재할 글들은 어찌 보면 평범하고 소소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제 삶에 있어 새로운 발견이고 새로운 지혜로 더 즐겁고 더 행복한 인생으로 이끌어 줄 소중한 자산이라 믿으며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도 함께 담아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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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에게 공감되고 어떤 글로든 어떤 생각이나 어떤 문장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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