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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Oct 14. 2023

14. 아이를 키우듯 나에게 좋은 것을 먹일래

- 건강한 음식 챙겨 먹기

최근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운동을 시작한 터라 계란과 닭가슴살은 나의 장바구니 목록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식재료이자 최고의 단백질 보충원이 되었다. 누군가 왜 이런 식단을 하냐 묻는다면 너무 뻔한 답이 되겠지만, 이제까지 운동하는 사람들이 고기 단백질을 신봉하는 것을 많이 봐왔고, 이것이 운동을 해 근육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정석이자 당연한 식단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고기로 적당히 기름칠 좀 해줘야 몸에 제대로 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운동을 시작하니, 내가 열심히 가꾼 몸에 부실한 연료를 넣어 나의 노력을 흐지부지 만들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내 몸에 이로움을 주는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이로 인해 최근 들어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게 되었고, 식단 관련해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채식을 하는 운동선수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를 보게 되었다. 이 다큐는 우리가 이제까지 신념처럼 믿어왔던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육류는 필수적인 단백질의 원천이자 힘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사고방식이, 실은 미국 육류업자들의 로비로 시작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다큐에는 식물성 식단을 하는 각종 스포츠 선수들이 등장해 채식만으로도 훌륭한 육체적 퍼포먼스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체를 거의 극한까지 몰아붙이고 힘을 써야 하는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채식만으로도 좋은 실력을 보여주는 모습 놀랍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운동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벼운 강도의 운동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사실이 꽤나 솔깃할만한 얘기였다.



사실 나는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모든 종류의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비건을 지향했었다. 그런 결정을 내렸던 이유는 피부 때문이었다. 십 대 사춘기 때부터 이십 대 초반까지도 내 얼굴을 미친 듯이 장악하여 덮어버린 여드름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상당히 심했다. 피부과를 다니며 관리도 받아보고 여드름약도 먹어봤지만 그때뿐이었다. 약을 끊으면 여드름이 다시 온 얼굴에 드글거렸다. 절망의 나날 속에서 나는 내가 먹는 음식을 싹 다 바꿔보기로 결심했다.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서 독한 마음으로 여드름 유발 가능성이 있다는 음식을 모조리 끊었다. 유제품, 설탕, 밀가루음식, 튀긴 음식 그리고 고기까지도. 육류를 끊은 건 그냥 채식을 하면 왠지 피부가 좋아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비건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보니 당시 나는 글루텐 프리에 비건식까지 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비건이 되고 보니 예상외로 고기가 그렇게까지 당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유제품이 미친 듯이 고팠다. 전에는 치즈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에 환장하던 사람이었는데, 이런 것들을 먹지 않으려니 미친 듯이 생각나고, 마음이 불안하고, 금단현상까지 생겼다. 하지만 피부가 좋아지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그 허기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두유를 대신 벌컥 들이키곤 했었다. 결과적으로 내 얼굴 여드름은 굉장히 좋아졌고, 뾰루지가 어쩌다 한 두 개 정도만 출몰하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주변에서 피부가 많이 좋아졌다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군살도 많이 빠졌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단순히 채식을 해서만이 아닌 밀가루음식과 유제품을 끊은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장점들이 있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공존했다. 채식을 하고 난 후부터 이상하게도 몸이 너무 추웠다. 나는 원래도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이긴 지만 비건이었을 때는 그 강도가 더 심해졌다. 남들은 시원하다고 느끼는 날씨인데, 나만 혼자 추워하며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그리고 그 당시에 생식이 몸에 좋다고 하여 집에서 직접 녹즙기로 채소와 과일즙을 짜 그것을 매일 아침 먹었는데, 그로 인해 간기능에 나쁜 영향을 미쳐 얼굴이 누리끼리되어 버렸다. 여드름은 치유되었으나 얼굴에 황달이 생겨버린 것이다. 이 경험으로 식물성 식품만을 먹는다고 다 몸에 좋은 건 아니라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내가 다시 육식을 하게 된 것은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생긴 채식에 대한 회의 때문도 있었지만, 주변의 시선도 컸다. 채식에 대한 시각은 최근 시간이 갈수록 점차 개선되어 가고 있긴 하지만,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 채식을 한다고 하면 유별난 사람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그런 눈총 따가운 분위기 속에서 내가 비건이라며 아웃팅을 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또한 밖에서 외식이라도 하려고 하면 채식을 할 수 있는 식당이 너무 드물었다. 사람들과 모임이라도 하면 저녁식사 장소는 거의 대부분 고깃집이었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요리를 해 먹을 땐 비건식으로 하고, 밖에서 어쩔 수 없이 고기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냥 고기를 먹었다. 채식을 하되, 상황에 따라 고기를 먹기도 하는 플렉시테리언으로 방향을 조절한 것이다. 그러다가 집에서도 점차 육류를 먹게 되며 나의 대략 2년간의 비건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채식을 하는 것에 대한 상반된 의견은 아직도 존재한다. 나도 경험상 채식을 하며 좋았던 점과 그렇지 못했던 이 분명히 있었기에 선뜻 누군가에게 채식주의자가 되어 보는 게 어떻겠냐며 권유를 하진 못하겠다. 그저 개인의 선택일 뿐.  



하지만 나는 위에서 언급한 다큐를 본 이후 요즘 또다시 채식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극단적인 비건 말고 채식위주의 식단을 하되 간혹 고기도 먹는 플렉시테리언으로 말이다. 생각해 보니 최근에 샐러드를 먹은 지도 꽤 된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내 식단을 꽉 채우고 있는 동물성 식품의 비중을 좀 줄이고 식물성 식품의 비중을 늘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채식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하는 올(ALL) 채식이라 그런지 왠지 들뜬상태로 식재료를 구입했다.



이처럼 나의 몸을 생각하며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내가 겪어보니 나는 내 정신상태에 따라먹는 음식이 극단적으로 달라지 것 같다. 우울하고 무기력할 때는 그냥 다 귀찮아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을 때도 있고, 아니면 간단하게 때울 수 있는 인스턴트나 캔에 들어 있는 음식으로 겨우 한 끼를 때운다. 그런데 요즘처럼 정신 상태가 좀 나아지면 갑자기 내 몸을 챙기고 싶은 마음이 급상승하면서 엄마가 유아식을 하는 자녀에게 아무것이나 먹이지 않듯, 그렇게 내 몸과 피부에 좋은 것만 찾게 된다. 그래도 이런 까탈스러운 행위를 최근 들어 다시 하고 있는 나를 보니, 그래도 삶의 활기를 되찾은 것 같아 긍정적인 신호로 느껴진다.



하루동안 오롯이 채식만 해본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몸이 가볍고 속도 편해졌다. 가끔씩 이런 식물적 날을 갖는 것이 나에게 은은한 행복감과 활기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듯,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대접하고 베푸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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