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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Oct 05. 2023

우울증 극복을 위한 소소한 처방전

- 프롤로그

내 우울감의 역사는 20대 초중반, 대학교 여름방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시점부터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무기력감이 심해져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날이 부쩍 많아졌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씻거나 먹는 행위조차도 하지 못하고 말그대로 그냥 누워만 있었다.


 웃음을 잃었다. 침대에 나자빠져 스마트폰으로 재미있는 영상을 봐도 그냥 시큰둥했다. 그렇게 무표정이 내 디폴트 표정이 되어버렸다. 


- 아무 이유도 없이 가끔씩 가슴이 답답해졌다. 크게 심호흡을 하지 않으면 숨 쉬는 것이 버거웠다.


- 심장도 너무 아팠다. 누군가 내 심장을 손으로 꽉 잡아 세게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밤에 잠을 자려고 누우면 자꾸만 눈물이 쏟아졌다.


위와 같은 증상들로 인해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전, 간호사 선생님이 내 관자놀이에 어떠한 장치를 붙였다. 나는 그것을 얼굴에 부착한 채 병원에서 준 설문지에 현재 내 상태에 관한 체크를 헤야했다. 


 장고의 시간 끝에, 나는 드디어 의사선생님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선생님을 대면하자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왔다. 선생님은 그런 나에게 티슈를 건네시며 내가 우울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울증 약을 복용해야 한다며 처방전을 써 주시겠다고 했다. 이게 전부였다. 상담은 허무할 정도로 짧게 끝이 났다. 


병원 밖으로 나오자 근처에 바로 약국이 보였다. 하지만 난 그곳을 그냥 지나쳤다. 그렇게 나는 받은 처방전을 그대로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고, 곧장 내 방 침대에 누워 현실도피를 위해 눈을 감았다. 이대로 계속 눈이 떠지지 않길 바랐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우울증으로 출석이 좋지 않아 1번의 제적을 당하고, 2번의 휴학을 했다. 이렇게 제대로 된 일상생활조차 영위하지 못한 채 계속 누워만 있다보니, 차라리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그래서 하루 종일 고통 없이 죽는 법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 혼자 죽는 건 또 무서워서 인터넷을 들락날락거리며 나와 뜻을 함께할 사람들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결국 나는 죽을 용기도, 살 용기도 갖지 못한 채 삶과 죽음의 경계인 나의 방 안에 갇혀버리게 되었다. 


내 인생이 도대체 왜 이렇게 꼬여버린 걸까? 너무 답답했다. 그래서 내 사주팔자에 집착하게 되었다. 설마 내 팔자에 자살 할 운명이 내재돼 있는 걸까? 점을 한 번 보러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무당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저는 도대체 어떻게 죽게 되나요?'


나는 내 죽음의 이유가 제발 자살이 아니길 바랐다. 나는 끊임없이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살고 싶었다. 이렇게 나는 너무나 모순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 예전에 제목에 혹해 집으로 데려왔던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라는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우을증을 앓은 이후로 오랫동안 글을 읽지 않았는데도 이 책만은 단숨에 읽혔다. 


이 책의 주인공 아마리는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는 그렇고 그런 인생을 살다가 스물아홉의 생일, 아무에게도 생일을 축하받지 못하고 혼자 쓸쓸히 있는 자신의 처지가 안쓰러워 문득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서른 살 자신의 생일을 삶의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1년 동안 후회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보자고 마음먹는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어느새 나도 아마리처럼 내 서른 살의 생일을 그날로 정해 그전까지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차피 사람은 유한한 존재다. 어쩌면 나는 내일 당장 교통사고를 당해 사고사 하거나, 잠을 자다 심장마비로 죽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하루하루,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나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이것은 내가 어떻게 우울증을 극복해 나가는지에 대한 글이다. 우울증 타파를 위한 나만의 소소한 프로젝트다. 일상의 모든 것을 놓아버린 채 잃어버린 삶을 살아왔던 내가 정신적 재활을 해나가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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