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별이 이토록 더운 열을
쏟아내는 이유를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아, 등이 너무 뜨거워
말라가는 소나무와
누런 잎으로 앓는 고랭지배추
처음으로 잡힌 열대어종
날마다
낯선 일상이 기다린다
감기 걸린 아이가 새벽녘
잠시 열을 내리듯 우리 사는
이 별도 새벽엔 잠시 열이 내리겠지
건물 안 그늘에 숨어 사는
한 낮, 이제 그만
비겁함을 떨구고
냉방기를 끄고
더운물속
연꽃을 보러 간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낡은 운동화를 신고
호숫가를 천천히
걸어보는 거야
꽃잎 떨구는 연꽃
아직은 소담한 수련 사이에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피어나는
작고 귀한 아이
아, 어리연꽃
새끼손톱만 한 얼굴을
물 위로 내밀고
아직 가지 않은 여름
달구어진 화살볕을 맞으며
피어나는 너
나의 발걸음 멈추고
마음을 끌어당긴다
물속으로 줄기를 뻗고
하늘 향해 빼꼼 얼굴을 내밀어
나 여기 있어요
외치는구나
드넓은 호수에
햇살이 튕긴다
건강한 오리 몇 마리가
부지런히 먹이를 잡아 올리는 곳
샛노란 얼굴
새 하얀 얼굴
나 여기 있어요
또렷하게
외치는 목소리
여름빛과 가을빛이 들랑날랑하는
나의 호수에
그 푸르던 연잎은 누렇게 말라가고
투명한 물의 속살로 반짝이는
너의 세상은
찬란하게 일렁인다
이 여름의 끝에서
작고 귀한 너를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