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과나무 그늘에서
수줍은 얼굴의 꽃을 본다
발그레한 꽃봉오리
새하얗게 만개한 꽃이
바람에 일렁여
마음의 옷자락을 살짝
여민다
어디서 날아왔나
꿀벌 한 마리
발에는 온통 노랗게 꽃가루를
묻히고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붕붕 날은다
얼굴에 잔뜩 숯검댕이를 묻히고
퇴근하는 광부처럼
너는 노랗게 꽃가루를 묻힌 채로
어디로 쉬러 갈 것인가
왜 소중한 것들은 빨리
사라지는가
꽃사과나무 꽃그늘에서
꿀벌과 북극곰과 전업시인을
생각한다
나뭇잎에 빗방울 듣는 소리
애잔한 봄날에
나는 또 꿀벌 한 마리 걱정하며
사과나무 한그루 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