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한 꾸덕함을 - 습기 가득한 날 튀기자.
제주도에는 습기가 꽉 찼다.
집 창을 열어도 뿌옇게 꽉 찬 습기가 서늘한 바람과 함께 내 옆에 내려앉는다.
뿌연 안개가 익숙하고 습기를 먹은 공기가 무겁게 주위를 가라앉힌다.
튀기고 싶은데.
튀기고 싶다.
바삭바삭하게 입에서 바스러지는 그 맛을 느끼면 이 무거운 공기가 사뿐해지려나...
튀기는 행위 자체도 귀찮고 버겁다.
내 몸과 맘은 스펀지처럼 축 늘어지고 기분도 축 처지고.
살살 달래듯이 몸을 일으켜서 바삭함을 찾는다.
뉴욕에서 나의 친구들과 모여서 우리의 한심함을 풀어보고자 이야기를 나눌 때,
한 친구가 " 첼시마켓에서 생선을 파는 거 해볼까"라는 제안을 했었다.
'그때는 인생이 쉬웠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피어난다.
친구의 말로는 첼시마켓에 생선을 파는 것은 돈을 많이 번다고 일하는 시간도 새벽부터 12시면 시장도 마감되고 알바도 많이 하고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다고.... 우리는 혹 했었고 첼시 마켓에 가서 알아보리라 하면서 그날의 이야기를 다소 비장함을 가지고 마무리했다.
그 후에 주말 첼시마켓에 일자리탐색을 주제로 갔었는데
그 친구는 고개도 못 들었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에 일하는 사람들의 활기에 빠른 동작에 도대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생선가게 옆에서 구경하다가 우리는 질려 버렸고 넋을 놓고 바라만 볼 뿐이었다.
생선 가게에서 생선을 손질하는 모습이 우리나라와는 영 딴판이다.
회를 뜨는 것은 없으나 필렛 (filet)으로 생선을 정리해서 파는 모습은 마치 기계 같았는데
생선을 앞뒤로 살을 정교하게 뜨는 모습이 그 속도가 예술이었다.
부산물이 하나 보이지도 않게 정리된 매장도 인상적이었다.
농어와 광어 도미 종류의 커다란 생선을 살만 앞뒤로 떠서 포장하는 모습의 젊은 청년들이 훌륭해 보였다.
그 생생한 모습에 빠져 버린 나는 돈 없어서 일자리 알아보러 간 목적은 잃어버린 채로
냅다 농어 두 마리를 필레로 사서 용감무쌍하게 집으로 돌아와서 생선 커틀렛을 만들어서 친구들과
우리는 절대 근처에도 가지 못할 생선알바에 대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집에서 생선 커틀렛을 하려는데 생선을 구입해서 그때와 같은 맘으로 하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았다.
마트에서 생선 커틀렛을 제일 좋고 두툼한 것으로 사 오고, 생선 커틀렛에는 타르타르소스를 곁들여야 제 맛이니까 약식으로 타르타르소스를 곁들여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볼까 싶었다.
구입해 온 생선 커틀렛이 맘에 든다.
너무 얇은 것은 입도 서운하고 손도 서운하고 입안에 풍족함을 주지 못한다.
두께가 두툼한 것을 윈 했는데 잘 고른 듯하다.
집에서 생선으로 해 먹으려면 대구살을 필레로 청주와 레몬즙으로 밑간하고 소금 간하고 밀가루 계란 그리고 빵가루를 입히면 금상첨화겠지만 하려는 사람이 게으르니 어쩔 수 없다.
커틀렛을 에어프라이에 돌리는 것은 반대한다.
튀김의 아름다움은 튀겨야 알 수 있다.
기름 가득히 넣고 튀기는 것이 제일이나 팬에다 적당하게 기름을 두르고 지져내는 것도 방법은 방법이다
다만 중 약불에서 튀겨내는 것이 바삭함을 느끼게 해 준다.
약불은 생선들의 바삭함을 축 쳐지게 늘어뜨리니까...
이름이 타르타르소스인가!
그릭 요구르트에 레몬즙과 양파, 할로 피뇨, 파프리카, 다진 마늘 등의 상큼함을 부여할 수 있는 것들을 넣고 후추룰 넣어서 소스를 만든다.
얼렁뚱땅 소스 마무리 하고.
이상하게 소금빵이 끌려서 소금빵을 구워서 준비했다.
원래 피시샌드위치에 야채는 생략하는데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소스 안에 다 넣었는데 뭘 굳이... 헤헤헤.
생선 커틀렛은 두툼했고 소스는 그득했다.
말 그대로 뿌듯한 샌드위치였고 소금빵의 매력 또한 뛰어났다.
습한 기운이 머무는 공간에서 따뜻한 커피와 바삭 꾸덕한 생선 커틀렛 샌드위치를 입에 배어 물고
창밖을 내다보니 습해도 괜찮습니다.
습할 수 있죠... 암만요.
잊을 수 없는 첼시마켓의 상인분들과 활기 넘치던 청년들 그리고 나의 농어 튀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