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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를 읽다.

빅 맥 - 애틋하다.

by 남이사장

뉴욕의 겨울은 춥다.

그냥 춥다. 라 표현하기에는 매섭게 춥다.

뉴저지에서 뉴욕 가는 버스 (제시간에 오는)를 기다리다가

추위에 견디다 못해서 학교를 표기한 내 친구가 있을 정도였다.

엄마가 추위에 덜덜거리면서 칭얼거리는 나를 위해서 무스탕을 보내 주시고

친구가 전기담요를 보내 주고.

뜨끈한 방이 아니라 라시에이터가 돌아가는 실내는 덜컹거리는 소리도 유난히 춥게 들리고

라디에이터 위에 걸어 둔 수건은 바짝 마르는데 나의 마음은 추웠다.

수업도 어렵고 영어는 버겁고 우리의 배는 고팠고 게다가 가난했었다.

가난한 우리의 배를 살펴주는 이는.... 맥도널드였다.

버거킹도 있었고 많은 수제 버거집도 있었는데 우리는 맥도널드만 갔었다.

버거킹의 와퍼는 가격이 셌고 그렇다고 주니어 와퍼는 양이 부족했다.

다른 수제버거집은 한국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찾아왔을 때

마치 우리가 많이 가본 것처럼 호 의롭게 같이 가서 얻어먹었던 게 사실이다.

우리는 맥도널드에 빅맥 밖에 없는 것처럼 빅맥을 사랑했으며

그 당시 4.99$의 빅맥의 가격이 배고픈 우리를 달래 줬었다.

햄버거 집도 그렇고 모든 프랜차이즈 식당 앞에서는 우리를 사로잡는 냄새가 난다.

맥도널드도 버거킹도 KFC도 POPOYES에서도 그 향기로운 냄새는 수업을 가는 우리를 수없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우리를 사로잡곤 했다.

친구 한 명이 KFC에서 파트타임을 하는데 우리는 마치 그 친구가 사장이라도 된다는 듯이 달려가곤 했다.

KFC 닭 세트하나에 세네 명이 붙어 앉아서 늘 즐겁게 너무도 시간을 보냈다.

닭뼈를 맞추고 닭이 유전자조작으로 인해서 다리가 6개 달린 닭이 그 닭이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닭이다란 말에 차마 닭다리를 집지 못하고 쭈뼛거렸었다.

흑인 아저씨들과 아주머니 들은 그 닭튀김이 싱거운지 계속 소금을 뿌려 드셨으며 콜라는 무한정 들이키셨다.

한 겨울 그 어마어마한 추위가 지나가던 맨해튼에서 지하철 스팀에 모락모락 김을 내뿜으며 올라오고

유리를 섞어서 깔았다는 아스팔트가 영롱하게 반짝거리면서 녹아드는 눈이 아름답게 비칠 때

버스 터미널 옆 맥도널드의 감자튀김은 우리를 사로잡았었다.

그 프렌치 프라이드의 향은 어느 고급 레스토랑의 무엇과도 바꿀 수없이 매혹적이었고 나와 나의 친구들은

햄버거는 포기하고 프렌치 프라이드 한 봉지를 사서 좋다 하면서 나누어 먹었었다.

그 눅진하면서도 청량한 기름맛을 어찌 잊으리.

볼과 손을 휘감는 추워를 녹진한 기름향이 매혹적인 우리 손에 주어질 때 우리는 행복했었다.

남자 오빠와 친구들은 마치 맥도널드에 빅맥만 파는 것처럼 빅맥을 찾았다.

"WHITE CASTLE"과 맥도널드의 빅맥을 가장 많이 찾았었는데

화이트 캐슬의 주먹만 한 조그마한 햄버거 4개와 빅맥의 가격이 둘 다 4.99$ 였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모여 앉아 햄버거를 우적우적 먹으면서 " 이 페티의 고기가 잡육일 거야 닭머리도 갈렸을걸" 하면서 씩씩하게 먹어대던 이들에게 트랜스 지방 때문에 혹은 나트륨이 많아서 그만 먹으란 말을 한다면

생각만 해도 무섭고 슬프다.

빅맥을 먹으면 지금은 맛이... 없다.

패티가 두장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패테보다 얇고 어딘지 모르게 메말라 보인다.

그 당시에도 빅맥이 정말 맛있어 란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었다.

왜 빅맥이 맛이 없을까 연구를 하던 우리는 토마토가 들어가지 않았음에 주목했고

자연에 감칠맛을 내주는 토마토를 그리워했었다.

양상치는 항상 야채를 정리한 지 6일 정도 지난 것 모양 지친듯게 양 이파리를 늘어뜨리고 있었고

그나마도 개봉하는 순간에 삐져나온다.

오빠들을 패티 두 장을 맘에 들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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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상추와 토마토 따위는 패티를 절대로 이기지 못했다.

맛이 없는 걸 알면서도 그리운 맛.

한 겨울 추위 속에서 혀끝에 머무르던 맛.

지금은 맛없어서 사 본지가 어언 20여 년이 지난 맛.

아직도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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