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산책 Dec 09. 2019

그들은 에펠탑에 가지 않는다.

진정한 여행의 의미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이미지는 에펠탑이다멋지게 위용을 뽐내며 모두를 압도하는 어떤 그것은 자유와 평등 상징이고 똘레랑스 상징이며 무엇보다 현대인들에게 낭만 가장 강력한 상징이다
그렇기에 누구도  자동반사적인 연상작용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내가 잃어버린 낭만' 너만은 품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빼앗긴 유토피아' 너라도 간직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카톡 배경이나 인스타 대표 사진으로 에펠탑을 올려놓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있다너무나 익숙한 풍경이어서 오래된 엽서를 보듯  감흥 없이 지나치곤 하지만 실은  모습을 보면서 오래도록 이런 의문이 있었던  사실이다.
 
 
그래서 에펠탑이 과연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는 걸까.
 
 
단지 오늘의 고단함을 잊기 위한불행한 현실을 망각하기 위한 탈출구로서의 대상 이상의 의미가 있기는  걸까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값비싼 티켓을 끊고 여기까지 우뚝 서서 존재를 뽐내는 저것에게 자신의 신기루를 투사했을까그렇게만 보면 낭만이라는 환영을 투사하는 대상으로서에펠탑의 존재가  유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에펠탑은 오늘도 기능을  한다 모두의 신기루를 채워주기 위하여.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에펠탑에  것이 아니라 '저곳에 가겠다'라고 결심하기까지의 마음 상태가 아닐까그것이 단지바또무슈와 에펠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카카오스토리나 인스타에 올리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단지 저 '탑' 하나 있을 뿐인데, 곧바로 '대단한 것'이 된다


 무수한 사진첩에 들어가 있는 수많은 프랑스의 거리들은 여기 사람들에겐 그냥 동네 골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그들에게는  길에 아무런 감정이 투사되어 있지 않다하지만 떠나온 자들에게는 다르다떠난 사람들은 발길 닿는 모든 곳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이라 쓰고 '유명 관광지 훑기' 하는 것이 과연 진짜 여행일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유명하다는 거기를 저기를, 밟아 보고 사진으로 남기는 것만이 우리가 떠난 진짜 이유는 아니었기 때문이다실은 우리는뒷산에 홀로 오르는 것만으로도 진짜 찾고자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좋다는 어디어디를, 멋지다는 여기저기를 여행하는 것. 일반적으로 쉽게 가보지 못하는 세계 각지의 여행지를 다니는 이들을 보며 사람들은 '대단하다'라고 말한다하지만 그것은 전혀 대단한 것이 아니다그것은 돈과 시간이 있다면 누구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세계를 누비는 사람들이 마치 대단히 자유로운 영혼 가진 사람이며 그렇기에 그런 특별한 모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은 모험이라기보다는 '엔조이삶을 즐기는 여러 형태  하나일 뿐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게임 폐인이 되듯 그들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마침  좋게 돈도 있고 시간도 있으며 새로운 것에 좀 더 호기심이 있는 것이다. 여기저기를 여행 다니지 않는다하여 자유롭지 못한 영혼이거나 모험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란 뜻이다그럴만한 시간도 돈도 마음의 여유도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맘놓고 떠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만큼 멀리 가 못할 뿐이다. 누군들, 안 떠나고 싶을까. 
 
 
그럼그토록 멀리 자주 떠나는 그들은떠난 거리만큼에 비례해서  마음이 자유로워졌을까


홀로 뒷산에 오를 때, 문득 답이 나를 찾아오기도 한다


 이국적인 풍광 앞에서 잠시 위로를 받을 수는 있다. 생각의 전환을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때 뿐이다. 그 풍경 속에 내 마음이 비쳐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제아무리 멀리 떠나가도 우리의 마음은떠나온 그곳에서  발짝도 떠나지 못하고 만다우리의 마음이 '거기에붙잡혀있기 때문이다붙잡혀있는 마음은 어떤 황홀한 풍경으로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여행지에서 마음의 괴로움을 치환해줄 '대체품' 가지고 돌아온다그러나  어떤 대체품으로도 허전한 마음은  채워지지 못하고괴로움은 언제고 고개를 들이밀어 나를 노리고 집어삼킨다. 나는 돌아온 자리에서 또 다시, 나의 낡은 자기장 안으로 돌아가 버리기에 그렇다.

  
 
여행은 '관성을 벗어나려는 욕망'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전복시키기 위해나를 괴롭히는  마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떠난다'. 하지만 '진짜 여행' 하는 사람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진정한 여행은 내가 붙잡혀있는  마음버리고자 하는 마음마저 놓아버리는 '순례의 '이기 때문이다순례란 종교의 성지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나를 괴롭히는  마음이 일어난  찾아가는 길이다.
  
 
나를 괴롭히는  마음을 소멸시킬  없다면머나먼  어디에서도 우리는 무지개를 만날  없다.
 
 
그렇기에 진짜 여행자는모든 것을 낯설게 바라볼  있다관성에서 벗어나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한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게 된다. 사물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 나와 다른 존재들에 관대함이 피어난. 그것은 '모두가 예뻐보인다'는 말이 아니라, 내 안의 목소리에  솔직하게 귀 기울이는, 불필요한 곳에 힘을 주지 않는, 그래서 더 스스로 행복한, 그런 나이다. 
  
 
그것은 에펠탑에 가지 않아도멀리 떠나지 않아도이름 없는 작은 길을 조용히 걷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







낯설게 보기, 다른 글




이전 09화 박하사탕, '금기의 꿈'을 실현한 아름다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